[이왕휘 스페셜칼럼] ​무역전쟁 이후 미중 패권경쟁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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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9-04-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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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l]




작년 3월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 보복관세를 치고받으며 전의를 다져왔던 양국은 앞으로 두 차례 추가 협상을 통해 5월 말이나 6월 초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를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방식을 볼 때 합의문 발표 직전까지도 번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양국 정부 모두 무역전쟁을 지속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좋을 것이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종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휴전에는 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이 요구한 조건을 대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무역전쟁의 승자는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보복관세를 철회하고 미국으로부터  농수산물 및 에너지자원 등을 더 많이 구매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꺼려왔던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확대하기로 약속하였다. 또한 중국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비판했던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위안화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데 동의하였다. 중국이 합의의 실천을 감독하는‘이행사무소’설치까지 수용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승리는 없을 것이다.

이번 무역전쟁의 결과가 향후 패권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미국이 중국을 계속 압박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미국이 패권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였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중국은 적어도 당분간은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는 유소작위(有所作爲.할 일을 함) 전략보다는 미국의 견제를 회피하는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감추고 힘을 기름) 전략에 따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패권경쟁이 미국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기는 너무 이르다. 무역전쟁은 패권경쟁의 전초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무역전쟁 와중에도 미국의 배후를 공략하는데 성공하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G7 회원국인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구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유럽순방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탈리아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경제협력방안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이번 달 중국을 방문하는 우엘리 마우러 스위스 대통령도 일대일로 구상에 참여하는 양해각서의 체결을 예고하였다. 리커창 총리 역시 이번 달 초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중·동유럽(CEEC) 정상회의(16+1)에 참석하여, 일대일로 구상의 저변을 강화하였다.

아시아에서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동맹국인 일본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고 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을 배제한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을 체결하는 동시에 작년부터 중국과 관계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일본 정부는 이번 달 25-2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국제협력포럼에 니카이 토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동맹국들이 일대일로 구상에 참여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과 경제교류를 확대하여 수출을 늘리고 투자를 유치하는데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대한 보복관세 위협도 협조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작년 10월 발표한 26개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44%)와 필리핀(37%)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중국이 지난 10년 동안보다 앞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50% 이상 나왔다. 반면, 미국이 역할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50% 이상 나온 국가는 이스라엘(54%), 케냐(51%), 나이지리아((54%) 3개국에 불과했다. 미국 여론도 25개국의 중앙값(median)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은 31%인 반면,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은 그보다 2배 이상인 72%였다. 즉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중국의 부상을 예상하고 있다.

세계경제에서 비중과 역할에 대해서도 미중 사이의 격차는 상당히 근소해졌다. 향후 어떤 국가가 세계경제를 계속 주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25개국 중앙값은 미국 39%, 중국 34%였다. 미국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이 49%, 중국이 33%로 나왔다. 즉 미국 성인 1/3도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도 높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튀니지 및 러시아를 제외한 22개국에서 중국보다 미국이 계속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5개국 중앙값을 보면 미국은 중국(19%)의 세 배 이상인 63%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중국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대한 25개국 중앙값이 호감 43%, 비호감 45%인 것을 보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쉽게 낮아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계속 장담할 수는 없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미국의 국가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견 존중은 커녕 청취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미국의 군사동맹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도 팽배하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의 25개국 중앙값을 보면, 불신(70%)이 신뢰(27%)보다 2배 이상 높다.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국가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 전쟁을 일으킨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우선주의를 추구하면서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동맹국들까지 압박함으로써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였다. 이렇게 될 경우 이탈리아처럼 경제적 이익을 위해 미국의 입장을 무시하는 국가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고, 미국은  독자적으로 중국과 패권경쟁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미국의 무역전쟁의 승리가 패권경쟁의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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