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약인가 독인가] 정부 지원 받다 졸업 2년 뒤 지자체 청년수당 갈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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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9-03-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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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청년구직활동지원금 1582억원…일부 광영시와 중복ㆍ형평 논란

  • 인턴의 정규직 전환…'일ㆍ학습병행제' 등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정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청년수당’과 유사하다. 이로 인해 중복 지원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예산을 들여 청년 구직활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한시적 정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들이 도전과 실패 등 구직활동에서 겪는 경험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해 취업하려는 경향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자료=고용노동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정부 청년 일자리 대책 중 하나다. 취업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국내 청년 취업 시장 특성을 감안해 도입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대학진학률은 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3%보다 월등히 높다. 그만큼 고학력 청년이 많다는 의미다.

2005년 35만명 수준이던 취업준비생은 지난해 50만명으로, 같은 기간 첫 취업까지 걸린 시간은 9.4개월에서 10.7개월로 각각 늘었다.

이상복 고용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은 “청년이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적절한 지원을 못 받으면 적성과 전공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할 수 있다”며 “자기 주도적인 구직활동을 전제로 취업 준비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일부 지자체가 운영 중인 청년수당 사업과도 차별화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과장은 “각 지자체별로 청년구직활동 지원은 기간도 다양하고, 선정기준도 다르다”며 “정부와 달리 일부 지자체 청년 고용 프로그램은 체계적이지 않은 데다 우후죽순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강조했다.

각 지역별로 운영 중인 청년 지원사업 중복 문제도 각 지자체와 협의를 마쳤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정부 지원은 졸업한 지 2년 이내로, 지자체는 2년이 지난 미취업 청년으로 구분 짓기로 정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졸업하기 전까지 정부 지원을 받고, 2년 후부터는 지자체 청년수당으로 갈아타는 방식의 문제는 남아 있다. 정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은 생애 한 번만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각 지자체별로 재정 여건이 다르다 보니 구직 청년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만 19~34세 구직 청년에게 6개월간 매월 50만원씩 총 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 성남·대전·광주·부산·제주 등 광역시도 유사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시·군 등 재정이 열악한 곳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지원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정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자료=고용노동부]

정부의 ‘퍼주기식’ 지원은 한시적 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용부는 국내 청년 인구 900만명 중 만 18~34세 미취업자 청년 33만4000명이 지원 요건에 해당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구직활동지원금을 받는 청년은 올 한 해 모두 8만명, 총 1582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향후 사업 효과를 분석한 뒤 지원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침체된 경기에 다수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단기 지원책이 고용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오히려 청년들의 구직 노력 대신 지원 의존성만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청년 세대의 의존성을 높이는 악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국민들 중 '내가 낸 세금으로 노는 청년들이 지원을 받는다'는 허탈감도 커질 수 있다. 이 의존성과 허탈감의 충돌이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과정을 거쳐 대학을 졸업, 다시 취업 준비로 젊음과 시간을 낭비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학습병행제’ 등 학업과 취업을 연계하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정부 지원으로 취업자 수만 늘리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인턴의 정규직 전환, 일·학습병행제 등을 통해 청년들이 일단 노동시장에 진입한 뒤 경험을 쌓아 더 나은 기업, 일자리로 점프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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