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나면 유권자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공약 이행으로 옮겨간다. 선거 운동 기간 쏟아진 철도·교통망 확충,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 청년·노인 복지, 지역화폐 지급, 돌봄 확대 등 생활 밀착형 공약이 언제부터 현실이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거 다음 날부터 공약이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 직후 본격화되는 것은 공약 이행을 위한 사전 점검이다.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뒤 단체장직 인수를 위한 인수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고, 인수위는 지자체의 조직·기능과 예산 현황, 주요 현안을 파악하며 새 단체장의 정책 기조를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선거 공약은 행정 언어로 다시 정리된다. 후보 시절의 공약이 "하겠다"는 약속이었다면, 인수위 단계에서는 "예산이 있는지", "조례 개정이 필요한지",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 협의가 필요한지", "지방의회 동의를 얻을 수 있는지"를 따지는 작업이 시작된다.
특히 돈이 들어가는 공약은 예산 절차를 피할 수 없다. 지방자치법상 예산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편성해 지방의회에 제출하고, 지방의회가 심의·의결한다. 조례의 제정·개정·폐지와 예산의 심의·확정 역시 지방의회의 의결 사항이다.
따라서 지역화폐 확대, 청년수당, 어르신 교통비 지원, 출산·육아 지원금처럼 재정이 필요한 공약은 새 단체장의 의지만으로 바로 시행되기 어렵다.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기존 조례를 고치거나 새 조례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확정된 예산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라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지방의회 의결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도로·철도·버스 노선, 산업단지 조성 같은 대형 공약은 더 복잡하다. 지자체 자체 예산만으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 도시계획, 인허가, 중앙정부·광역지자체 협의, 민간 사업자와의 조율 등이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는 한 줄짜리 구호로 보였던 공약도 실제 행정에 들어가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다고 6월이 의미 없는 기간은 아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 공약의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인수위가 어떤 공약을 핵심 과제로 분류하는지, 어떤 사업을 임기 초반에 추진하겠다고 밝히는지, 기존 사업 중 무엇을 유지하거나 수정할지에 따라 새 지방정부의 방향이 드러난다.
유권자가 선거 이후 주목해야 할 것도 이 부분이다. 당선인의 공약이 실제 예산안과 조직 개편, 조례 추진 계획에 반영되는지 봐야 한다. 선거 전 약속이 선거 후 행정계획으로 바뀌지 못하면 공약은 구호에 그친다.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공약 검증은 이제부터다. 선거 직후 시작되는 인수 과정은 새 지방정부가 무엇을 먼저 할지, 무엇을 뒤로 미룰지, 무엇을 사실상 포기할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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