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베이징 안 찍고 北 진입…시진핑도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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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3-0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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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담판 결렬, 習 만나도 실익 없다 판단

  • 베트남 출발 후 56시간만 北 국경 넘어

  • 위로선물 없는 習, 中 역할론은 커질 듯

베트남 방문 일정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평양행 전용 열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별도 회동 없이 귀국했다.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 개막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데다 김 위원장에게 건넬 선물이 마땅치 않았던 시 주석도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탑승한 전용 열차가 오후 9시30분께 북·중 접경인 랴오닝성 단둥을 지나 북한 신의주로 진입했다.

지난 2일 오후 베트남 동당역을 출발한 지 56시간 만이다. 열차는 중국 경내로 들어온 뒤 핑샹, 난닝, 창사, 우한, 정저우 등 베트남으로 향할 때 노선의 역순으로 북상했다.

이후 베이징을 들르지 않고 인근 톈진을 거쳐 북·중 접경으로 이동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시 주석과 만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의 부분적 완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 주석과 만나는 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미 협상이 당분간 교착상태로 빠져들겠지만 미국 측이 대화의 문을 닫지 않은 만큼 신속히 귀국해 향후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게 더 중요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단계의 협상을 지속할 준비 또는 김정은과 다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이 베이징 방문을 고집했다면 난감했을 상황이다.

우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일컫는 양회가 열리는 도중에 외빈을 접견한 전례가 흔치 않다. 시 주석은 3일 정협 개막식 참석에 이어 5일 전인대 개막식 참석 등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지난해 양회 때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기도 했지만 김 위원장과의 정상급 회동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빈손으로 온 김 위원장에게 건넬 마땅한 위로 선물이 없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추가 대북 지원에 나서기 힘들뿐더러 대북 제재 완화의 키를 쥔 미국을 자극할 경우 미·중 무역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다.

다만 북·중 정상 간 회동이 불발된 것과 별개로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미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김 위원장은 중국과 더욱 밀착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8일 방중한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북·미) 양측이 신념과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지속해 목표로 향하기를 바란다"며 "중국도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트 대통령도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중국이 대북 설득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주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급격한 상황 변화 없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 결과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북·미 간 중재자로서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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