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아카데미가 변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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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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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블랙클랜스맨'으로 각색상을 받은 스파이크 리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영화인의 축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미국 내 ‘인종차별’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카데미 측의 과도하고도 다양한 추구가 백인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2015년 주요 후보군에 유색인종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이유로 ‘#Oscars_So_White(백인 편향적인 오스카)’ 해시태그 운동을 겪은 뒤 다양성 추구를 강조해왔다. 그래서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도 ‘유색인종·성소수자’ 등 차별색을 지운 시상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 남성과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의 우정이야기가 담긴 ‘그린 북’이 시상식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그리고 각본상 등 3관왕을 차지하고, 1970년대 백인우월주의자 집단 이야기를 담아낸 ‘블랙클랜스맨’이 각색상을 받는 등 인종을 주제로 한 작품들의 수상이 두드러졌다. 이번 시상식을 통해 ‘백인 편향적인 오스카’라는 오명을 얻었던 아카데미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준 셈이다. 

영화 ‘블랙클랜스맨’의 스파이크 리 감독이 “2월은 흑인의 달이기도 하다. 인류성을 회복해야 한다. 2020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모두 역사의 바른 편에 서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판한 발언은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시상식 수상작 대부분이 흑인·성소수자·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고, 연기상 4개 중 3개를 유색인종 배우들이 차지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과도한 ‘백인우월주의’ 지우기의 역효과라는 것. ‘화이트 오스카’를 떨쳐내기 위한 아카데미 측의 다양성 추구가 오히려 백인에 대한 차별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릴 때마다 미국 내 각종 차별 논란이 거론되고 있다. 인종차별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미국 최대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본론적인 영화를 이야기하기보다 백인과 유색인종의 갈등, 트럼프 정부를 비판하는 장으로 변질하고 있지 않을까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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