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스페셜 칼럼] 하노이 회담 개방박두 ..核心없는 보따리?

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입력 : 2019-02-26 07:57

[사진=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이번 주 두 번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뭔가 큼지막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상당히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평화를 두 지도자가 진정으로 원해서라기보다는 국내의 골치 아픈 상황 때문에 뭔가 돌파구를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국내에서 상당한 곤경에 처해 있다. 러시아와 내통 의혹에 대한 특검의 발표가 임박했고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문제로 민주당과 대치하다 급기야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김정일 위원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계속되는 국제 제재와 실정 때문에 경제는 갈수록 피폐하고 이는 자신의 지지 기반을 흔드는 큰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북의 두 지도자가 과연 어떤 합의에 도달할까?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다. 뭔가 보여 줘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섣부른 합의에 이르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미국 행정부가 오래 주장하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적당한 선에서의 핵 동결이 그것이다. 북한 영변의 핵 시설 해체를 위해 외부 사찰을 허용하고 그 외 몇 개 부속 시설들을 해체하고 더 이상의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당분간 동결하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는 국내에서 큰 선전거리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놓여 있지 않고 이는 순전히 자신의 업적이라고 자랑할 수 있다.

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에 가해진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하고 한반도 평화 및 종전 선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국제 공조를 무너뜨리는 경제 제재의 전면 해제보다는 한국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수준의 해제가 가능할 것이다. 이 정도의 해제가 북한 경제 회생에 결정적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상당한 부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먼저 유엔 제재 때문에 몸을 움츠리던 중국이 본격적으로 북한과 교역을 재개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의 교류 협력이 진행되는 마당에 미국이 중국에게 북한과 거래하지 말라고 더 이상 압력을 가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위대한 지도자로서의 모습으로 각인될 것이다. 자유세계의 최고 권력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대등하게 악수하고 협정서를 교환하는 장면을 통해 그는 자신의 지지 기반을 확고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해내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과시할 것이다.

미, 북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치적을 과시하며 시중에 떠도는 말대로 노벨평화상까지도 넘볼지 모르는 상황이 오면 가장 중요한 당사국일 수 있는 한국의 위치는 애매해진다. 남북간 교류 협력이 재개되고 전쟁의 긴장 상태가 제거되면 우선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며 중고등학생이 평양에 수학여행 가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약간의 의구심이 들더라도 우리의 혈맹인 미국이 추진한 협정이기 때문에 믿고 따라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 없이 핵동결 수준에서 얻게 되는 평화는 위험한 평화가 될 수 있다. 한국에 지금처럼 진보 정권이 아니라 보수 정권이 다시 들어서게 되면 남북간 관계는 다시 긴장 대립 상태가 올 수 있다. 미국 역시 트럼프 이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문제를 다시 들고 나올 수 있고 이는 모든 사태를 원점으로 되돌린다. 북한은 여전히 실질적인 핵 보유 국가로 남게 되고 그간 우리는 북한에 시간만 준 꼴이 되고 만다. 평화를 전제로 남북한이 재래식 무기 감축이나 병력 감축, 혹은 주한 미군 감축까지 한 상황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 다시 북한의 심각한 위협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것은 한국이 안고 살아야 할 영원한 숙제일 수 있다. 그간 20여 년 동안 미국과 서방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실패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없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시간을 벌었고 결국은 이미 세계에서 9번째 핵 무기 보유국이 됐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를 북이 포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는 북한의 관리들이 서방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에게 누차 강조한 바이다. 서방과의 약속을 믿고 핵무기를 포기한 리비아의 카다피가 결국은 정권을 빼앗기고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을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의 국가정보국 댄 코츠 국장이 상원 청문회에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노여움을 산 적도 있다.

설사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어도 기술적으로 이를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영변의 핵시설 자체만 해체하는 데도 최소한 몇 년은 걸린다는 것이 핵과학자들의 판단이다. 그 밖의 모든 핵시설들을 북한은 쉽게 밝히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핵 시설 리스트가 미국의 폭격 목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이다. 반면에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는 신속히 단행될 수밖에 없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이나 합의가 이뤄지면 바로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전이나 평화협정도 한번 발표하게 되면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시차 때문에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그동안 어려웠던 것이고 쉬운 해결책을 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는 양국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정도의 미완성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실적인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북한과 같이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이를 적당히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지속적으로 굳건히 해서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엉뚱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주변국, 특히 일본과의 공조도 강화해야 한다. 과거보다 미래를 중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은 한국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바로 그들의 실용성이다. 베트남 전쟁의 원수인 미국, 그리고 이를 도와준 한국과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경제 발전과 국익을 위해 실용 외교를 펼쳐온 베트남은 어쩌면 한국의 지도자들이 배워야 할 국가이다.
 

김정은, 2차 북미정상회담 위해 베트남 향해 출발 (서울=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사진은 평양을 출발하기 위해 전용열차에 올라타 손을 흔드는 김 위원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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