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금지 아니면 다하도록 법령 해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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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9-01-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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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과 오찬…"공직문화 경직…법적 근거 없으니 과감한 행정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오른쪽 두 번째),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왼쪽 두 번째)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정태호 일자리수석.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금지돼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게 법령을 폭넓게 해석해줘야 한다"며 "감사원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아직은 공직 문화가 굳어져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의 오찬에서 한국 공직사회가 도전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이 특보의 언급에 이같이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특보는 "중국은 벤처기업이 정부 힘으로 창업해 성장한 뒤 실리콘밸리에 가서 큰돈을 번다. 한국 인재들이 대학에 몰려가 논문 쓰는 데 매달리는 데 반해 중국은 현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돈을 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 공무원이 민간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장 책임자가 도전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성문법 체계와 관련 있다"며 "법적 근거가 없으면 과감한 행정을 펼 수가 없다. 감사원 문책이 두려우니 자기가 다쳐가면서까지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특보는 "미국 창업자는 평균 40대 중반,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하이테크 창업자는 평균 50대"라며 "우리처럼 20대가 아니라 경험이 풍부하고 시행착오가 온몸에 새겨진 이들이 창업한다. 정부도 경력자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그 말이 마음에 든다"며 "우리가 시니어 창업이란 말을 써 뭔가 어색했는데 앞으로는 경력자 창업이라는 말을 써야겠다"고 답했다.

이어 "김대중정부 시절 벤처기업을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했지만 이를 인수한 이들은 성공했다"며 "창업자들이 8∼9부 능선까지 갔다가 마지막 고비를 못 넘긴 건데, 인수자들이 앞사람의 실패를 교훈 삼아 성공률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특보는 "실패를 해도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뒷배가 튼튼해야 앞으로 나간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가운데),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의장은 "우리 국민은 경찰·소방 공무원을 늘린다면 '노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공공부문 확대에 거부감이 크다"며 "그러니 공공부문 확대와 개혁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옛날처럼 사람 자르는 개혁이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방향성을 결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김대중정부 때 대기업 출신이 회사를 나와 많이 창업했지만, 사회안전망이 못 받쳐줘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험자들이 도전적인 창업을 못 하는 것"이라며 "사회안전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 출범 후 2년간 재정을 긴축해온 측면이 있는데 올해는 확장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며 "우리 공무원들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강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정확장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특보는 "주머니를 키우는 건 케인스식(금융과 재정 확대를 통한 수요 증대)으로 하고 쓸 때는 슘페터식(기업가 혁신을 통한 새로운 제품 등으로 수요자 스스로 지갑을 열게 하는 방식)으로 혁신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그는 "가수 조용필이 작년 50주년 콘서트를 했는데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래서 좋아한다"며 "어떤 가수는 같은 노래만 부르는데 조용필은 끊임없이 한발씩 내디딘다. 그게 혁신"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 특보에게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 잘 알고 있다"며 "대선 때 한창 바쁜데도 이 교수 책을 읽었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말할 때 잘 써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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