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 칼럼] 모디의 재선가도에 '빨간 불' ..농민들의 분노 누가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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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19-01-1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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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오는 4~5월의 인도 총선을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68)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마도 그에게 더 이상의 기대를 접고 등을 돌려버린 농민들의 민심일 것이다. 21세기 인도의 고속 경제 성장 이면에는 아무리 애써도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농민들의 좌절과 분노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제조업 육성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정책인 '모디노믹스'를 내세우며 압승을 거둔 모디 총리는 흉흉한 농민들의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은 이미 켜진 상태이다.

5년 전과 달리 모디의 인도국민당(BJP)은 주요 표밭인 북부 농촌 지역에서 야당과 지역 정당들에게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 2억 명으로 인구가 인도 29개 주(州) 가운데 가장 많은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의 주요 수입원은 농업이다. 이 곳은 현재 강력한 두 지역 정당이 연합 전선으로 뭉치면서 BJP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2014년 총선에서 거대한 '모디 돌풍'에 힘입어 BJP는 이 지역의 80개 의석 중 71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전국적으로, BJP는 연방정부 하원(록사바, Lok Saba) 543개 의석 중 과반이 넘는 282석을 얻어, 다른 정당과 연정할 필요없이 10년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1년 전만 해도 모디의 재선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경제 개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농민과 같은 소외계층의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면서 이젠 코앞에 닥친 선거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BJP는 지난 해 12월 실시된 북부 '힌두 벨트' 3개주 의회 선거에서 참패했다. 5년전 자신의 '표 밭' 이었던 이 곳에서 제 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가 승리를 거둔 것은 모디에게 큰 충격이었다.

안개 속에 빠진 선거 정국에서 현재 인도는 선거용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한 쪽이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을 약속하자 다른 쪽은 대규모 농가 빚 탕감으로 맞서며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데 혈안이다. 그들에게 과도한 재정 투입에 대한 비판은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 결국 농민들의 표심 향방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해외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13억 인도 인구의 70% 가량은 농업과 연계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 모디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각종 기업 친화적인 정책이 실시되며 제조업, 건설, 서비스 분야의 성장은 약진 하고 있지만 농업 위기는 계속되며 농가 수익은 제자리걸음이다. 또 정부가 도시 지역 소비자들을 위해 농산물 가격이 제도적으로 낮게 통제되면서 사회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모디 집권 기간 농업 부문은 평균 2.5% 성장 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전 INC가 집권한 2004~2014년 기간 매년 5.2% 성장과 비교하면 절반 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이다. 5년 전 총선 당시 농가 수익을 2022년까지 2배 늘리겠다는 모디의 약속은 이젠 공허한 메아리가 된 것이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농민 자살률 증가이다. 농산물 가격 하락, 운송 및 저장 비용 상승, 부채 증가 등으로 생계가 극도로 어려워진 농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지난해 정부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농민들은 대도시로 몰려가 수없이 많은 시위를 벌였다.

지난 12월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를 했던 북부 '힌두 벨트'에서의 인구 75%는 농촌 주민이다. 모디 총리는 이곳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대규모 농민 지원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 농산물 소비국인 중국에 농산물 수출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 의 틈새를 노린 전략이다.

모디 총리는 2001년 부터 2014년 총선 직전까지 구자라트주(州)의 최장기 주총리Chief Minister)로 재임하면서, 과감한 규제 철폐와 대규모 외자 유치,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강력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구자라트주는 그가 주총리로 재임한 기간 인도 전국 평균의 2배에 가까운 약 13%의 고도 경제성장을 달성하여 이른바 '구자라트 모델'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모디의 집권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면 '구자라트 모델'을 기반으로 수립된 인도의 성장 전략도 빛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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