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카카오 카풀, ‘제2의 우버 사태’ 재연...“제로섬 관점 탈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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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9-01-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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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한국 진출 우버, 택시업계 적극 반대

  • -우버의 대화도 요구 거절...정치권 '우버 금지법' 마련 등 실력 행사

  • -"카카오 카풀 시범 사업 접은 만큼 택시업계도 대화 나서야"

  • -'카풀 vs 택시' 대립 구도 대신 IT 기술에 따른 교통 문화 변화 측면으로 접근해야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카풀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농성장.[사진=연합뉴스]


카카오가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키로 하면서 국내 공유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제2의 우버 사태가 재연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카풀과 택시의 ‘제로섬’이 아닌 IT 기술의 발전이 기존 산업에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을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카풀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7일 개시한 카풀 시범 서비스를 지난 15일 중단하기로 했다. 5년 전 글로벌 승차공유기업 우버의 한국 철수가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카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택시업계의 대규모 반대 집회에 부딪히면서 시범 서비스 개시 39일 만에 한발 물러섰다. 지난해 12월 10일 카풀에 반대하는 한 택시기사의 분신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우버는 2013년 8월 한국에서 ‘우버엑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엑스는 버스와 택시 등 운송업 종사자가 아닌 자가 운전자가 돈을 받고 승객을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대표적인 승차공유 서비스다. 운전자로 등록만 하면 누구나 택시기사가 될 수 있다.

당시에도 택시업계가 우버를 저지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법은 돈을 받고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유상운송을 금지하고 있으나 출퇴근 때 차량을 함께 타고 다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우버가 출퇴근 시간이 아닌 24시간 영업을 강행하자, 택시업계는 이를 불법 영업이라며 시위에 나섰다.

우버는 택시노조와 대화를 통해 자사의 서비스가 기사들에게 어떻게 경제적 기회와 혜택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지 등을 설명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택시업계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카카오의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의 손을 잡았고, 국회에 우버의 불법 영업을 막는 법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후 서울시는 검찰에 우버를 고발하고, 우버의 영업 행위를 신고하면 최고 100만원의 포상금으로 주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검찰은 2014년 12월 우버를 불법 여객운수 혐의로 기소했다. 정치권은 ‘우버 영업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결국 우버는 2015년 3월 우버엑스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우버의 서비스 중단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카풀 서비스를 다시 들고 나왔지만 논의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시범 서비스가 중단됐다. 택시업계의 실력 행사가 이번에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다만 이번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자체를 백지화까지 할 수 있다는 자세로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인데다, 한국이 글로벌 공유경제 생태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맞물리면서 택시업계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확대간부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시험 운행을 중단하면서 택시 노조에서도 대화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며 ”이번주부터 택시·카풀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승차공유 문제를 카풀업계와 택시의 대립 구도가 아닌 미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해외에선 우버와 리프트뿐만 아니라 동남아의 그랩, 중국의 디디추싱 등 각국의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차량 운전자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이들의 서비스가 새로운 플랫폼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소유에 대한 관점이 크게 변화한 젊은 세대들도 카풀과 같은 공유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승차공유는 차량 소유자와 카풀 이용자 모두를 만족시키는데, 사회 전체로 보면 차량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등 경제적 효과가 크다”며 “승차공유 플랫폼이 기존 택시 운전사의 이익을 모두 가져간다면 우버나 동남아의 그랩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 IT 기술의 발전을 교통 문화에 접목,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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