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미중 무역전쟁 이후 후퇴하는 공급측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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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9-0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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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l]



2018년 12월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1978년 중국공산당 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이후 추진되어온 개혁·개방 정책으로 지난 40년간 중국 경제는 연평균 9.5% 성장하며 국내총생산(GDP)이 무려 155배 늘어났다. 그 결과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8년 1.8%에서 2017년 15.2%로 증가하였으며 1인당 가처분소득도 40년 사이 약 23배 늘어났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이 기간 동안에 8억명 이상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으며, 2020년까지 빈곤층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중국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시켰던 개혁·개방 정책이 미·중 무역전쟁 이후 후퇴하고 있다는 징후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최근 국유기업이 강화되고 민영기업이 쇠퇴한다는 국진민퇴(国进民退)가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수가 올라가고 있다. 국가의 개입은 미국의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 메커니즘보다는 국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로 정당화되고 있다.

국가의 역할 확대와 시장 메커니즘의 축소는 무역전쟁 이후 하락하는 경제성장률을 반전시키기 위한 경기부양책에 반영되어 있다. 작년 말 이후 경기 침체 징후가 분명해지면서, 낙관론자들조차 2019년에는 2018년처럼 6.5% 이상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가장 극단적인 비관론을 대표하는 샹쑹쩌(向松祚) 인민대학 교수는 2018년 중국의 성장률이 국가통계국이 추정한 6.5%의 약 4분의1 수준인 1.67%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2019년엔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성장률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 지도부는 2018년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19년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은 역주기 조절(逆周期 调节)을 강화하며, 계속해서 온건한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적절한 선제적·미시적 조정을 통해 총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고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직후에 도입된 것과 유사한 경기부양책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네 차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던 중국인민은행은 새해 첫날 다시 한 번 인하하였다. 통화정책의 기조가 선제적이고 탄력적인 신용공급이라는 점에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두세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다음 날 중국인민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기준을 건당 500만 위안에서 1000만 위안 이하로 확대하는 포용적 금융 실적 심사기준을 변경하였다. 1월 4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좌담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금융기관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을 독려하였다.

재정정책 역시 긴축에서 팽창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대규모 감세 조치가 예정되어 있다. 그 규모는 작년의 1조3000억 위안(약 211조4800억원)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건설특별채권의 발행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과잉 축소를 막기 위해 건설개발투자를 제한했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후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 검토 보고서를 전향적으로 승인해주고 있다.

역주기 조절을 목표로 하는 거시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를 막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2015년 이후 시진핑 주석이 추진해온 공급측 개혁(供給側改革)의 성과를 훼손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공급측 개혁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직후 실시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당시 경기부양책은 하방 압력을 막는 데 성공하였지만 구조적 불균형을 심화시켜 잠재성장률을 하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측 개혁에서는 경제정책의 초점을 수출에서 내수,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국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이동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인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증대를 추구해왔다.

무역전쟁 발발 이전까지 공급측 개혁은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였다.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프라 투자 거품이 터진 이후 만성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2017년 7월 제5회 전국금융공작회의에서 강조되었던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정책은 부채위기의 잠재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그림자 금융 문제를 상당히 완화시켰다. 올해 경기부양책의 규모와 범위가 2008년 수준으로 확대된다면, 현재까지 달성한 성과의 일부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공급측 개혁의 후퇴는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공급측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은 경제 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리커창 총리가 가진 권한의 일부를 류허 부총리에게 이전시켰다. 류 부총리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리 총리에게 다시 넘어갈 수도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렸다. 만약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이 권력투쟁으로 비화된다면, 19차 당대회에서 강화된 시 주석의 권위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불안정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 극복, 장기적으로는 경제 구조의 재균형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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