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부동산 위기]정부 규제·금리 상승 겹친 싱가포르 부동산...6분기만에 하락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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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1-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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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 작년 4분기 집값 하락세로

  • 정부 규제·수요 둔화·금리 상승이 하방압력 요인

  • 사무용 부동산 시장은 호조 전망도

[사진=아이클릭아트]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고공행진하던 싱가포르의 집값은 정부의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경제 둔화 우려 속에서 하락세로 반전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하방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싱가포르 집값 변동률은 6개 분기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체 하락률은 0.1%에 그쳤으나 고급 주택의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하락률이 1.5%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싱가포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집값이 7%나 치솟자 정부는 가격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내놓았다. 주택을 구입할 때 내는 인지세를 인상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췄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돈세탁 금지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구두상자’로 불리는 초소형 아파트 공급을 제한하는 지침도 내놓았다. 초소형 아파트는 중대형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이 되지 않는 수요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지난해 11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주택 구입에 신중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MAS는 “주택 구입을 고려하는 가계는 금리인상과 중기적으로 신규 공급의 영향을 주의깊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과도한 부채를 얻을 경우 집값의 급격한 조정이 있을 때 가계 재정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라고 지적한다. 부동산 자산관리사인 ZACD의 니콜라스 맥 이사는 블룸버그에 “만약 정부가 집값 억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면 주택시장 상승세는 3년 동안 꾸준히 이어졌을지도 모른다”면서 올해에는 3%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올해 주택 가격이 전년대비 제자리걸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주택 수요가 작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다국적 부동산정보업체 CBRE의 데스몬드 심 연구원은 CNBC와 한 인터뷰에서 “금리인상 및 경제둔화 우려는 수요를 짓누를 것"이라면서 “작년 주택 수요는 역대 최대 수준인 2만 채까지 늘어났으나 올해는 약 7000~8000채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싱가포르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수요자에 부담을 주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지난해 초 1.65% 수준에서 지난해 말에는 최고 2.5%까지 올랐다. 미국의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바탕이 되는 시보금리(SIBOR, 싱가포르 은행 간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가 덩달아 오른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금리상승이 주택 실소유주보다는 부동산 임대사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 쉬 용 인터내셔널프로퍼티어드바이저 최고경영자(CEO)는 "실소유주의 경우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 다른 지출을 줄이면 되지만, 3% 수준의 임대료 수익을 얻는 투자자들의 경우 손익 평형을 맞출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 주택 공실율이 7~8%에 달하는 상황에서 임대 사업자들이 매물을 쏟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주용 부동산 시장과 달리 사무용 부동산 시장은 호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심 연구원은 “지금까지 사무용 부동산 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경기가 좋았다. 낮은 공실율과 제한된 수요를 배경으로 앞으로 2년 동안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술 업체들과 공동 사무공간의 수요는 무척 강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과 그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는 싱가포르 경제에도 위협이 되는 만큼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OCBC은행의 셀레나 링 전략가는 올해 싱가포르의 경제 성장률이 2.9%를 기록, 2018년의 3.3%에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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