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상생으로]⑦다른 인종에 대한 불편함 차별·혐오로 표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조현미 기자
입력 2019-01-07 01:0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난민·다문화 갈등

  • 예멘난민 허용 두고 찬성·반대 논쟁 잇따라…내부 갈등 심화

  • 결혼이민자·외국인 취업자 대상 인종혐오 자식에게 되물림도

난민대책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반대와 가짜난민 추방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갈등(葛藤)의 한자어는 칡나무(葛)와 등나무(藤)가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그린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이상의 목표나 정서가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다. 이런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잖은 사회학자들은 갈등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이 한층 나아진다고 설파한다. 그렇다면 2019년 대한민국이 직면한 수많은 갈등은 과연 더 좋은 세상을 가져올 ‘진통’의 과정일까? <아주경제>는 그 답에 대한 단초를 신년기획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를 통해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적 혐오 혹은 인종차별주의적 인식이 외부로 표출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한 국내 인종차별 실태와 관련한 보고서 내용이다.

다른 나라 일로만 여겨졌던 난민 문제가 국내에서도 큰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지난해 5월 제주에 들어온 600여명의 예멘 난민 사태가 논쟁을 촉발하는 계기였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ajunews.com]


◆난민수용 25년째…예멘난민으로 사회갈등 폭발

우리나라가 난민을 받아들인 것은 25년 전부터다. 1992년 12월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1994년부터 난민을 허용했다. 하지만 실제 신청자는 많지 않았다. 1994년 이후 20년간 난민 지위 신청자는 한 해 평균 280명에 불과했다. 난민 문제가 다른 나라 문제로 여겨졌던 이유다.

그러다 2013년 7월 난민법이 시행되며 급증하기 시작했다. 연평균 신청자 수가 7000명에 육박했다. 예멘 난민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는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 사이에 난민을 신청한 외국인은 모두 1만4001명에 달했다. 전년 9942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인원이다. 3년 뒤인 2021년에는 누적 신청자 수가 12만7389명에 달할 것으로 법무부는 추산한다.

예멘 난민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둘로 갈라졌다. 난민 허용을 두고 찬성과 반대 논쟁이 잇달았다. 인권감수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함께 감춰져 있던 불안·혐오 정서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서울 종각역 인근에선 예멘인의 난민 지위 허용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측의 ‘맞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불과 30m 남짓한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뉜 시민들이 서로를 비난하거나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찬성 단체들은 “난민혐오와 인종차별을 멈추고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시각 반대 측은 불법 취업을 노린 ‘가짜난민’을 구분할 수 없을뿐더러 테러와 범죄 위험도 있다며 난민 허용에 강하게 반발하며 “지금 가짜난민을 막지 않으면 제2의 유럽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양측은 맞불집회를 비롯해 난민 수용 찬성 또는 반대를 내세우며 집회를 열고 있다.

고심하던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예멘인 난민 신청자 481명 중 지난해 9월엔 23명, 10월에는 339명에게 난민 인정 대신 인도적 체류허가를 내줬다. 이어 지난달엔 심사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던 나머지 난민 가운데 언론인 출신 2명이 난민으로 인정됐다.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난민에 대한 차별금지 등을 요구하며 영어로 난민을 환영한다고 쓴 손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난민 인정자가 나왔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난민 인정률 2%라는 부끄러운 숫자에도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고 난민을 차별·혐오하는 목소리에 기대서 난민법을 까다롭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선진국 평균 난민 인정률은 38%가량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도 지난달 우리 정부에 포괄적인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을 재차 촉구하고, 인종차별 증오 표현에 대한 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CERD는 “2002년 심의 때도 한국에 직·간접적인 인종차별에 관해 규정하고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입법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한 “증오 표현과 외국인 노동자 차별, 저조한 난민 인정률, 외국인 어린이 출생등록 등에 문제가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인권·돌봄 사각지대 놓인 다문화청소년

우리 사회에서 난민을 비롯한 다른 인종에 불편함을 드러낸 것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과거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취업자 등에게 나타났던 인종혐오가 자식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매년 2만쌍 이상이 외국인과 결혼한다. ‘2017년 다문화인구동태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혼인에서 다문화 결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8.3%를 기록했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출생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출생에서 다문화가정 출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5.2%였다. 신생아 20명 중 1명이 다문화가정인 것이다. 

다문화가정과 이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외국인 부모가 겪었던 냉대와 차별, 혐오가 자녀에게도 대물림 되는 게 문제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결혼이민자·귀화자 가운데 40.7%가 차별을 경험했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가 차별이나 무시를 받는 경험도 9.4%에 달했다. 5%는 학교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학교폭력 피해 유형은 말로 하는 협박·욕설이 65.1%(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기에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여가부 조사 결과를 보면 다문화가정 청소년이 느끼는 자긍심은 5점 기준에 3.38점에 그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정규 교육을 받지 않는 청소년도 15.5%에 이른다.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10대 중학생을 추락 직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A군 등 4명이 지난해 11월 16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발생한 중학생 사건은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러시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중학생 A군은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았다. A군은 초등학교 동창을 비롯한 또래들에게 불려나가 아파트 옥상에서 1시간 20분가량 폭행을 당하다가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옥상에서 떨어져 끝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갈등을 완화하려면 사회적 인식 개선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는 편견과 차별 대상이자, 부정적으로 이미지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문화다양성 이해 교육을 (고정관념과 편견이 형성되기 전인)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인을 위한 다문화수용성 교육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문화 청소년에겐 맞춤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강은이 경기도 시흥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다문화 청소년에 대해 사회 계층적 접근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견고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센터장은 “관련 정책의 질적·양적 확장에도 사회적 소외와 계층화가 더욱 공고해진 데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면서 “프랑스처럼 별도 정책 용어 없이 청소년 자체를 사회적 약자로 보고, 빈곤청소년·계층적 소외로 인한 여러 문제를 사회복지시스템과 안전망으로 채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