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외면한 공정위…법원 "과징금 부과 잘못"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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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12-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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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부과 과징금 불복 소송, 이마트 '완승'

[사진=이경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조사한 끝에 내린 과징금 부과 결정이 법원에서 또다시 뒤집어졌다.

결론에 끼워맞추기 위한 무리한 수사로 제재처분까지 취소 판결이 나온 것이다. 앞서 검찰 고발 건도 공소시효 경과로 불기소처분된 데 이어 공정위의 두 번째 굴욕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이마트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 3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에 시정명령과 함께 1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6∼2011년 SK케미칼이 제조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빠뜨렸다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이마트는 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지난 2011년부터 해당 사건을 조사했으나 2016년 8월 공소시효가 지났고 CMIT·MIT 성분의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사건을 ‘심의절차 종료’로 결정했다. 심의절차 종료란 공정위가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 내리는 조치로 사실상 ‘무혐의 처분’과 동일하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자 공정위는 지난해 8월 환경부의 위해성 인정 자료를 통보받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한 재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재조사를 통해 해당 제조·유통사 관계자들을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마트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이마트 측은 "2011년 8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종료했으므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의 처분시한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2011년 조사와 2016년 조사는 별개이므로, 2012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조사 개시일로부터 5년의 시한이 지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이마트 측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1년 조사와 2016년 조사는 제품 라벨이라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라면서 "공정위가 2016년 조사를 새로 직권인지 하는 형식으로 처리했으나 이는 내부 사무처리에 불과할 뿐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이상 그에 대해 두 번 이상 조사하면서 그때마다 단서를 바꾸거나 새로 적용법령을 추가했다고 해서 조사의 대상이 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측에서는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2015년 4월까지는 위반 행위가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는 반박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표시광고법 문언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공정위 스스로 의결서에 행위 종료일을 2011년 8월이라 적시한 것과도 상충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 4월에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두 회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2016년 9월 완성돼 처벌할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2002∼2011년 사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뒤 2011년 9월 제품을 회수하고, 가습기살균제 생산 및 판매를 중단했다. 검찰은 이를 기준으로 두 회사에 공소시효 5년을 적용했다.

이에 반발해 공정위는 2013년 4월 소매점에서 제품 1개가 판매된 기록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이 시점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물건 하나가 팔린 것을 근거로 범행이 계속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처벌 기회를 놓치고서는 뒤늦게 면피하고자 무리한 고발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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