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아래로 내리면 새 콘텐츠가 끝없이 이어지는 ‘무한스크롤’도 기업의 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미국에서 청소년 SNS 중독과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인정한 배심원 평결이 나오면서,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보험산업의 새로운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법원에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사용으로 SNS 중독과 우울증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구글과 메타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심원단이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두 기업의 플랫폼 설계 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보고 600만 달러 배상 평결을 내렸다.
눈에 띄는 대목은 소송의 초점이 콘텐츠 내용에만 맞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고 측은 무한스크롤처럼 사용자가 멈출 계기를 줄이고 계속 접속하도록 만드는 설계가 중독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어떤 게시물이 노출됐는지가 아니라, 플랫폼의 구조와 알고리즘이 이용자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법정에서 다뤄진 셈이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과의존은 이미 높은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3%로 집계됐다. 유·아동은 26%, 성인은 22.3%, 60대도 11.5%가 과의존 위험군에 포함됐다. 스마트폰이 늘 생각나고 스스로 사용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가 특정 연령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동안 SNS 중독은 주로 개인의 사용 습관이나 교육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논의는 달라지고 있다. 숏폼과 SNS가 우울·불안, 수면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플랫폼이 이용자를 오래 머물게 만드는 방식 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보험업계가 이 흐름을 주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스마트폰과 SNS 과의존이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경우 건강보험과 장해보험 등에서 새로운 보험금 지급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보험금 청구와 지급 심사 과정에서도 판단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
물론 SNS 중독이 당장 개인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지털 행동중독은 아직 명확한 진단 기준이 부족하고, 우울증 등 기존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원인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보험사가 이를 보험료 산정에 바로 반영하기에도 불확실성이 크다.
다만 디지털 행동중독이 당장 개인의 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진단 기준이 부족하고 우울증 등 기존 질환과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위험 평가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질병·장해 위험이나 대규모 배상책임 리스크가 커지면 보험사의 손해율과 상품 설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스마트폰 과의존이 단순 생활습관 문제를 넘어 기업 책임과 보험금 지급 리스크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모니터링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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