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차세대 성장 엔진인 인공지능(AI)·휴머노이드 로봇 거점 도시로 새만금을 낙점한 배경에는 '친환경 에너지원'이 꼽힌다. 피지컬 AI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끊임 없는 학습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망이 필수다. 풍부한 일조량과 드넓은 발전 부지를 갖춘 새만금에 로봇과 AI, 수소 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면 국내 산업에도 새 활력소가 될 수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약 9조원이 투입되는 현대차그룹 새만금 투자 계획에서 AI 데이터센터는 전체 예산 중 약 70%(6조원)를 차지하는 핵심 프로젝트다.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급으로 조성되는 데이터센터는 소프트웨어중심차(SDV)와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게 된다. 제조·물류·판매 등 모든 밸류체인에서 핵심 데이터를 채취하고 이를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선순한 체계를 구축해 피지컬 AI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겠다는 게 그룹의 중장기 밑그림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게 새만금의 장점이다. 정부와 현대차는 AI 데이터센터와 200㎿(메가와트) 규모의 수전해 플랜트, 기가와트(GW)급 태양광 발전 설비를 한 곳에 몰아넣는 '코로케이션(복합단지)' 개발 추진을 검토 중이다.
코로케이션 개발은 AI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송전 거리가 '0'에 수렴해 전력 직거래를 위한 전초 작업으로 불린다. 아마존 등 미국 기업은 AI 데이터센터에 소형 원전을 붙여 짓는 원전 코로케이션에 적극적이다. 반면 국내는 한국전력공사의 전력망 독점 유통 구조, 인프라 비용의 형평성 문제, 각 부처 간 이해 충돌 등으로 도입이 전무했다.
정부는 새만금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해 이 같은 규제를 해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전력 직거래가 가능해져 현대차그룹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AI 데이터센터로 직접 송전해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친환경 AI 데이터 인증도 받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유럽, 미국 등 강화된 환경 수출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부는 현대차의 안정적 사업 영위를 위해 발전소 부지 공유수면점용 허가 기간을 100년으로 연장했다. 발전소 인근 농지 수용과 환경영향평가 인허가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인세·소득세 완화, AI 로봇 투자보조금, 국민성장펀드 지원 등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망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가 최대 난제였는데 이번 규제 해소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그간 우려했던 부분을 상당히 풀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인근에는 태양광 발전소, 수전해플랜트, 로봇 제조 클러스터, 수소전기충전소 등을 구축해 각종 시너지도 도모한다. AI 데이터센터는 2027년 착공, 2031년 준공이 목표이며 나머지 시설은 2035년까지 건설이 완료된다.
새만금이 AI와 휴머노이드의 요람이 되면 산학 협력이 늘고, 연구개발(R&D) 인력과 소부장 기업 유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 인프라와 주거 여건 개선도 예상된다. 이번 투자로 약 16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7만1000명 규모의 직간접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새만금에서 시작하는 차세대 산업 패러다임이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대전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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