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공화국' 오명 벗지 못한 대한민국… "국가기반 시설 재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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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8-12-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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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ㆍ온수관ㆍ철도 등 기간시설 안전사고 연이어

지난 8일 오전 7시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해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안전사고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면서, 우리나라가 여전히 '재난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를 비롯, 고양 백석동 온수관 파열에 이어 KTX 강릉선 서울행 열차 탈선사고까지 기반시설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이기도 한 만큼, 정부가 노후 인프라에 대한 전면적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났다. 서울시 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중구·용산구 등 통신이 마비되면서 5개구 약 150만명의 서울 시민은 물론 인접 지역 및 경기도 고양시 등이 주민 재산과 생명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경찰에서도 KT 유선망을 사용하고 있어 △서울 용산 △마포 △서대문 △남대문 경찰서와 관할구역 파출소에 112 신고 시스템이 차질을 빚었다. 119 연결이 지연되는 사이 응급환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서울시 면적의 6분의 1 지역이 통신장애를 겪었다.

지난 4일에는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 지하 2.5m에 매설된 온수관이 파열됐다. 이 사고로 결혼을 앞둔 둘째 딸과 예비 사위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귀가하던 60대 남성이 차량 안에서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온수관 파열사고도 그간 노후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 책임론에 힘을 실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승객 198명을 태우고 강릉역을 출발한 서울행 KTX열차가 5분 만에 강릉시 운산동에서 탈선했다. 이 사고로 승객 1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는 남강릉분기점 선로전환기 전환상태를 표시해 주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열차를 정지하라는 신호도 전달되지 않고 정상진행하라는 신호가 전달돼 탈선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고는 원인을 놓고 혼선을 빚은 것도 모자라 후속 대처과정에서 숱한 허점을 드러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가장 안전하다는 철도에서 3주 동안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철도에 대한 불신을 넘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강릉선 KTX 사고에 대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고강도 대책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KTX 강릉선은 개통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노후시설뿐 아니라 신설 시설까지도 안전점검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며 "철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고강도의 대책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교통 인프라가 해외로 진출하고, 더욱 활발한 진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마당에 민망한 일이다"며 쇄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재난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오는 13일 김부겸 장관 주재로, 15개 중앙부처와 17개 시·도 부단체장이 참여한 가운데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시설의 안전관리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전 전문가들은 정부가 안전 시스템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고, 사고원인을 분석해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대연 성균관대 교수는 "국가 기간시설의 잦은 사고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재난은 아무런 위기 시스템도 준비돼 있지 않고 늑장대응에서 비롯돼 안전한 대한민국을 내세운 정부의 존재 의미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우리는 안전은 '비용'으로 생각해 비용을 삭감했지만, 이제는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은 스스로 지킨다는 확고한 인식으로 안전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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