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방'의 저자 긴급인터뷰] "박근혜 정부때 시작한 소설, 2년간 급변상황 족집게… 나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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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8-12-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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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기관 출신 작가 송승엽은 왜, 북한내 분단기득권 세력의 반란에 초점 맞췄나




두 개의 상반된 이미지가 있다. 정보기관 요원 특유의 깊숙한 눈매와 과묵한 말수. 소설가에게서 포착되는 분방한 상상력과 유연한 관점. 한 사람에게서 만나는 ‘동전의 양면’을 번갈아 느끼며 그와 마주 앉았다. 푸근한 얼굴은 작가 쪽에 가까웠지만, 문장의 체계를 갖춰 말하는 대답들은 그의 오랜 그방면의 경륜을 증언하고 있었다.

아시아문화발전센터 이사 송승엽(69). 명함에 박힌 직함이 다소 낯설어 물어보니, 외교관 활동을 하다가 퇴직한 이들끼리 아시아 문제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을 나누는 친목단체라고 답해준다. 공직 퇴직 이후에 대기업 투자자문을 하면서 광운대에서 강의를 한 것이 마지막 이력이었는데, 그는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나 이후 정보기관 직함보다 그저 ‘송 교수’로 불러주길 원했다.

 

송승엽 교수[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송스트라다무스?

이걸 우연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특유의 촉수가 미래 시간을 정확하게 읽어냈다고 해야 할까. 송 교수가 2년 전 박근혜정부 때부터 준비한 소설 ‘답방’이,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돌발상황들을 거치면서 급박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상상도 못했던 돌발상황들’이란 말 속에 들어있는 사건들은 세계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드문 반전(反轉) 상황이었다. 국정농단 사건과 촛불시위, 대통령 탄핵과 구속수감,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이어진 사건들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거쳐 이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라는 중요한 징검돌을 딛기 직전까지 와 있다. 누가 저 요동치는 상황들을 지나 답방까지 올 것이라고, 당시에 예견이나 했겠는가. 송 교수가 소설의 첫 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을 그때 말이다.

- ‘송스트라다무스(송승엽+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 ‘한반도 답방’이란 아주 예외적인 사건을 선지자처럼 맞히셨으니 말입니다.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저도 제가 생각했던 그 시나리오대로 급박하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 어찌 그게 ‘우연’만으로 된 일이겠습니까. 중국과 북한의 흐름을 꿰뚫고 계시고, 또 안보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하시면서 얻은 ‘미립’이 아니겠습니까.

“과찬이십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2년 전 작품을 구상할 때 시나리오에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담을 갖는 부분과, 그 다음에 우리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정상회담을 갖는 대목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빠른 속도로 실현이 되었죠. 부랴부랴 그 부분을 빼고, 답방을 중심으로 소설 체제를 바꾸었습니다.”
 

송승엽 교수[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김정은 답방은 언제쯤 성사될 것 같습니까

- 소설이 나오기 전에 ‘답방’이 이뤄졌다면, 난감(?)할 뻔 하셨네요.

“아유, 저의 소설이 뭐 중요합니까. 이 땅의 평화와 역사가 훨씬 중요하죠. 지금 논의되고 있는 답방이 빠른 시일 내 결실을 맺으면 좋겠습니다.”

이쯤에서 ‘송스트라다무스’에게 답방 날짜를 물어보고 싶어졌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랬더니 그의 대답.
“연내 올지 안 올지, 김 위원장도 지금 고심하고 있을 수밖에 없겠죠. 연내 온다면, 이 실장(기자를 가리키는 말)이 말한 8위8기(八危八機) 속에 있는 것들이 북한 내에서 해결된 것이고, 내년으로 넘긴다면 그 우려들을 어느 정도 풀어낸 다음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오는 것이겠죠.”

8위8기는 기자가 얼마 전 썼던 기사 속의 ‘답방의 8가지 리스크와 8가지 기회’를 뜻하는 말이었다. 점잖게 질문을 질문자에게 핑퐁한 것이었다.

기자가 정리한 답방리스크 8가지는 (1)북 권력내부 통제력 (2)답방 중 남쪽 치안 (3)태극기 시위 (4)국회 연설 무산 (5)비핵화 보따리 빈약 (6)문재인과 트럼프의 정치적 누수 (7)답방 성과 부실 (8)북한 내부 ‘수령 무오류’에 균열이었다.

그리고 답방의 기회 8가지는 (1)최고의 이벤트 (2)약속 이행 지도자 (3)미국 협상에 유리한 고지 (4)남북경협 구체화 (5)외교무대 정상적 데뷔 (6)한반도 평화 증진 (7)노벨평화상 등 국제여론 (8)북 경제개혁 동력확보였다.

# 분단 기득권 세력이 결국 사고를 치는데···

이런 것들을 저울질해서 답방 시기를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소설의 주제와 관련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 남북한 내에 ‘분단 기득권’세력이 있어서, 평화체제 논의에 불만을 품는 세력이, 소설에서 결국 사고를 치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고민할 만큼 북한체제가 불안한가요.

“금년 들어서면서 김 위원장이 중국에 두 번이나 갔다 왔죠. 싱가포르도 다녀왔고··· 북한 내부에 별 문제가 없었죠. 이런 걸 봐서는, 북한 내부가 기본적으로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봅니다. 객관적 사실인 셈이죠. 이번 답방도 그런 자신감 위에서 하겠죠. 다만 어느 사회나 불안요소는 있는 것이니까··· 앞으로 남북 혹은 북미협상 과정에서 내부의 불만요인이 생길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 합의 내용이나 진행과정에서 불만 세력이 생겨날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예. 북한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 그렇지 않겠습니까. 남한도 마찬가지고.”

- 소설이 그런 측면에서 메시지는 확실히 전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소설 속에는 김 위원장 답방 중 피격사건이 일어난다.)


#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한부 보냈으면 좋을 책

“답방이 이뤄지고 앞으로 회담이 더 잦아질 때, 긍정적 방향만 볼 것이 아니라 이면들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에서 소설을 썼죠. 언론들도 이런 부분에 대한 눈길을 늦춰서는 안 될 것 같고요.”

- 이 책에 답방 중 피격 내용이 있어서 그렇지,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보내줄 만한 내용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답방에 앞서 무엇을 짚고 살펴야 하는지를 나름으로 ‘경계’의 의미로 넣은 것이니까요. 그리고 소설 속에 김정은 위원장의 ‘가공의 딸’을 등장시킨 것도, 향후 평화체제를 향한 교류가 어떻게 물꼬를 터야 하는지 말하고 싶어서였죠.”

- 사실 지금만 해도, 통일 되면 땅값이 떨어지니까 부동산을 지닌 사람에겐 손해다 라는 여론도 있습니다.

“예. 다양한 여론들 속에서 남북협상을 진행해가야 하기에 쉽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 중국은 적극 지지 쪽인 게 확실, 일본은 눈치 보며 의사결정

- 중국의 경우는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중국은 일단 적극적 지지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번 김정은-트럼프 회담 때 전용기를 빌려준 나라 아닙니까. 일국의 지도자가 해외에 나가는데 타국의 전용기를 빌린다는 것은 웬만한 신뢰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빌려달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그 과정의 경호문제도 굉장히 신경 쓸 수밖에 없죠. 그런 것이 이뤄졌다는 것은, 그 속에 숨어있는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객관적 팩트죠. 일반론적으로 봐도, 중국은 지금 중국몽 실현을 향한 갈 길이 멀고 바쁩니다. 핵문제 때문에 앞마당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걸 반길 리 없죠.”

- 일본은 좀 다를까요?

“북한 시장 진출에서 미국이나 중국보다는 뒤떨어질 수밖에 없죠. 국교정상화나 납치자 문제 등 선결과제들도 있고··· 이 나라는 답방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가 더 관심이겠죠. 그에 맞춰서 전략을 짜겠죠. 한반도 평화체제는 갈 때 가더라도 좀 천천히 갔으면 하는 생각은 있을 수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주도적인 판에서, 그에 맞춰 나가려고 할 겁니다.”

# 정부가 지금 너무 나선다는 여론에 대해서···

-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교착에 빠진 느낌이 있는데?

“물론 진행 중의 상황만 포커스를 맞춰보면 교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좀 긴 호흡으로 보면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올해 1년 동안 이룬 것들만 봐도 굉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도 그렇지만, 북미정상이 회담하고 서로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기도 하고 의제를 놓고 밀고당기는 상황만 해도 엄청난 진전이죠. 또 한번의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굉장히 빠른 진행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 우리 정부가 교착에 빠진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하려고 하다보니,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니냐는 국내의 비판이 있기도 한데요?

“방금 말씀하신 대로 정부는 촉진 의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양쪽을 향해 좀더 진전된 태도를 보여주는 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사실 액션이기도 하지만, 그게 국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하는 걸 저도 보았습니다. 사실 한국 정부가 혼자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굳이 ‘성과’를 내고자 하는 욕심에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주어진 역할을 할 수 있는 한도까지 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남북이 영세중립국으로 가는 모델을 그려놓은 까닭

- 한반도 평화체제 귀결을, 소설에서는 영세중립국으로 그림 그려놓으셨더군요. 상호체제를 인정하는 개념인데, 그렇게 지향점을 잡은 까닭은 무엇인지요.

“물론 역사적으로 봐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최근 상황만 봐도 미국과 중국이 대립상태에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한반도는 계속해서 힘의 대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우리 입장으로 보면 한쪽과 좋아지는 것은 다른 쪽과 소원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그런 것들을 피하고 그야말로 우리끼리 조용하게 강대국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고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염원을 담았다고 할까요.”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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