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Mama, just killed a man" 프레디는 대체 누굴 죽였나-보헤미안 랩소디 논쟁의 방아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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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8-12-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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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섬 이상국의 '편집의눈']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어마어마한 흥행(2018년 12월2일 현재), 400만 관객 육박)으로 이어지자, 그 영화와 노래들의 세부 내용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얼마전,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를 그리스 신화와 셰익스피어 비극의 관점에서 해석해 인터넷에 올렸는데, 의 저 남자가 누구냐에 대해 여러 의견의 댓글이 올라왔다. <아주경제 2018년11월22일자 기사 '셰익스피어가 부활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내용 '인문학적 해석'' 참조>
 

[공연 중인 전설의 가수, 故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모습.]



Mama, just killed a man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Mama, life had just begun
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Mama, Didn't mean to make you cry
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
Carry on, carry on, as if nothing really matters

엄마, 방금 한 남자를 죽여버렸어요
그의 머리에다가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어, 지금 그는 이제 죽었어요

엄마, 인생 이제 막 시작했는데
지금 바로 끝장나버렸어요, 인생 모두를 내팽개쳐버렸어요
엄마, 엄마를 울게 하려했던 건 아닌데
내일 이 시간에 내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잘 사세요, 잘 사세요 마치 진실로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말예요

                    '보헤미안 랩소디' 가사의 일부


일전의 '보헤미안 랩소디' 가사 관련 기사에서 몇 개의 댓글에 대해 난감했다. 프레디 머큐리 스스로가 내용이 열려있음을 시사했고 어떤 의미라고 고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도, 저 남자에 따라 전체의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노래인지라 저마다 '하나의 해석'을 고집하고 싶어했다. 노래를 감정이입하며 즐기려면 나름의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 하는 만큼, 나 또한 하나의 줄거리로 읽고 싶어하는 게 사실이다.

# 한국에서 금지곡이 된 이유는 killed a man 때문이 아니었다

1975년부터 1989년까지 14년동안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국에서 금지곡이었다. 군부정권의 갑작스런 조치에, Mama, just killed a man이라는 가사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어머니를 호명한 뒤 '한 남자를 죽였다'고 말하는 맥락으로 봐서, 아버지를 죽였다고 판단했다는 설이 돌았다. '부친 살해'가 정권을 불편하게 했을 거라는 짐작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목의 '보헤미안 랩소디'의 보헤미아가 당시 공산국가인 체코였기 때문이었다.

# [해석1] 엄마, 난 지금 내 안의 남자를 죽였어요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은, 이 프레디의 고뇌와 연결지어 a man을 해석하고 싶어했다. 즉 프레디가 이 노래를 통해 자기 삶 속의 치명적인 투쟁을 말하고 있으며, 그래서 자신의 남성성을 살해했다고 '엄마'로 호칭되는 대중에게 고백하고 있다고 읽어낸다. 머큐리는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하며 미국에 머물렀는데 이 무렵 자신의 동성애 성향에 눈뜨게 된다. 따라서 이 노래를 발표했던 1975년 사실상 커밍아웃을 한 것이라는 얘기다. 1980년 초 그의 동성애자 논란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던 중에 "난 거짓말을 한 적 없다"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이미 밝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프레디는 사실상 이 노래가 아니더라도, 그룹명을 퀸(QUEEN)으로 지은 점, 여성 의상과 대담한 액세서리를 과감히 도착적인 기호를 채택한 점 등, 그의 성적 정체성의 일단을 꾸준히 드러내온 것도 사실이다. '남성성 살해'라는 관점은, 우리가 다소 둔감했던 프레디 내면의 고통과 갈등에 대해 눈뜨게 한다. 스스로를 이성애자로 알았던 프레디가 자아를 정체성을 바꾸면서 생겨나는 깊은 혼란이 이 노래 중후반부의 아우성과 자기위로 속에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Mama는 그의 엄마가 아니라 '인생연인(Love Of My Life)'이던 메리 오스틴이라고 생각하면, 가사는 더욱 애절해진다.

그러나 프레디는 a man을 자기 속에 들어있던 남자로 한정한 적이 없고,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 속에서도 가사를 일부러 모호하게 놔둬 여러가지 해석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것이 전략이라는 말을 한다. 이런 전략이 동성애 논쟁이나 독신(瀆神) 논쟁에서 자유롭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 [해석2] 엄마, 난 그냥 어쩌다 한 사람을 죽여버렸어요

하지만 그것이 오로지 동성애 고백 노래였다면, 수십년에 걸친 세계의 팬들을 지속적으로 매료시킬 수 있었을까. 많은 이들이 프레디의 고백을 지지한 것일까.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상식적인 수준의 해석 이외의 '살인'모티프를 의미있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1956년에 나온, 미국 가수 쟈니 캐시(Johnny Cash)의 '폴섬 프리즌 블루
스(Folsom Prison Blues)'에는 'I shot a man in Reno / Just to watch him die(난 리노에서 한 남자를 쐈지/단지 그가 죽어가는 걸 보기 위해서)'라는 충격적인 가사가 나온다.

쟈니 캐시는 서독에서 미공군으로 복무중이던 1951년에 '폴섬감옥의 벽속에서'라는 다큐를 본 뒤 깊은 감명을 받고 이 곡을 썼다고 한다. 당시에도 굉장한 파문을 불러일으킨 이 가사에 대해 캐시는 이렇게 설명한다. "저는 손에 펜을 든 채 깊이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데 최악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게 뭘까. 그래서 '죽어가는 걸 보기 위해서'란 말이 나왔죠."

그의 노래는 감옥 속의 죄수들에게 어마어마한 인기곡이 되었다.이 살인 모티프가 들어가 있는 폴섬프리즌 블루스는 쟈니 캐시를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혹은 시대의 반항아로 불리게 했고, 그는 이후 많은 음악장르에 영감을 주는 전설적인 가수로 남게 된다.

대중가요 속에 들어간 '살인 고백'이 주는 폭발력 있는 서사의 힘을 프레디 또한 몰랐을 리 없다. 실제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지을 무렵, 프레디는 가장 먼저 mama just killed a man이란 문장을 화두처럼 붙들고 있었다고 한다. 이 노래의 에너지는 여기에서부터 뿜어 나와야 하는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올해 30세가 된 영국인 가수 겸 작곡가 에드 드루엣의 노래 중에는 '재수없는 남자(The Unfortunate Gent)'라는 곡(2018년 발매)이 있다. 거기엔 프레디의 노래를 패러디한 가사가 등장한다. 이 노래가 끼친 영향력을 말해주는 한 증거이기도 하다.

엄마, 난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
나는 프레디처럼 뻥치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
제기랄, 난 방금 한 남자를 죽였다고요.
내가 내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내가 모는 트럭 앞으로
그 남자가 막 멍청한 자신을 내던졌어요.

Mama, I just killed a man
I ain't fakin' like Freddie
God damn, I just killed a man
There I was minding my own business
When he just threw his stupid self right in front of my van


에드 드루엣은 프레디 머큐리의 노래 가사가 지닌 '치명적 파워'를 액면가 그대로 가져와서, 차용하고 있다. 이른바 살인 모티프의 재활용이다. 단순한 살인 고백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이해하면,쟈니 캐시의 스토리텔링 계보를 잇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한 집시가 사람을 죽였고 사형장으로 향하는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가 만들어진다. 물론 프레디는 이런 단순 서사까지 포함하고자 했을 것이다.

# [해석3] 엄마, 난 아버지를 죽였어요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아버지를 죽인 숙부에게 복수하려다 연인인 오필리어의 아버지를 죽인다. 이 일로 오필리어는 실성을 한다.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드는 자신이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믿고 자기의 성을 방문한 던컨왕을 암살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속에는 '부친 살해'와 '권력 살해'의 모티프들이 자주 등장한다.

보헤미안 랩소디에는 "그리스 비극의 페이소스, 셰익스피어의 위트가 있는"이란 대사가 등장한다. 그리스 비극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차지한 비극적 운명의 외디푸스를 떠올리게 하고, 셰익스피어는 햄릿과 오델로에 등장하는 살인과 고뇌를 떠올리게 한다.

한 남자에 대한 살인을 '엄마'에게 고백하는 것은, 이것이 가정사의 비극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이 곡이 금지곡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짐작했던 것은,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같이 부친살해와 권력살해가 동일시되는 것을 박정희정권이 불편해했기 때문이라는 점이었다.

Mama, just killed a man을 엄마, 난 지금 아버지란 한 남자를 죽여버렸어요,라고 해석하는 순간, 이 노래는 신화와 연극을 넘나들면서, 드라마틱한 서사를 지니며 스스로 꿈틀거리게 된다. 아버지는 기득권이며 권력이며 체제를 의미한다. 그것을 전복시키는 일은, 어마어마한 평지풍파를 부르며 스스로 죽음에 직면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가정의 고통을 끝장내기 위해, 총을 들었을 뿐인데 왜 단죄되어야 하는가. 그런 강렬한 반사적 항의와 치열한 심판의 고뇌를 겪게 되어 있다. 이 서사의 형식미로 볼 때, '부친 살해 모티프'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동성애 추구라는 비유적 상황이나, 우연한 살인이었다면 '악극 속의 살벌한 판결과정'이 다소 어색해지기도 한다.

# 작은 실루엣의 남자는 누구?

작은 실루엣의 남자는, 자신이 총을 쏴서 죽여버린 그 남자로, 아버지로 볼 수 있다. 비굴한 겁쟁이(연기자)여, 넌 저 사람 앞에서 판당고 춤을 출 수 있는가. 그렇게 마녀들이 묻자, 주인공은 대답합니다. 천둥과 번개가 날 겁먹게 한다고. 천벌을 받을까봐 두려워 하는 것이다.

갈릴레오 피가로 매그니피코는, Galileo figuro magnifico(위대한 갈릴리 출신 예수의 얼굴)를 바꾼 말이라고도 한다. 비슈밀라는 코란에 나오는 말로 '알라의 이름으로'란 뜻이고, 베엘제붑은 고대 셈족의 신 바알을 가리키는 말로 다신교 전통의 개념이며 유대교에선 사탄으로 치는 존재다. 프레디는 모든 종교의 신성을 다 동원해가면서, 권력을 살해한 인간을 구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의 권위를 해체하고 전통과 일상으로 무장한 평범의 권력을 살해한 인간은, 결국 프레디 자신이었다.

# 프레디는 한 남자를 죽이고, 한 노래를 영원히 살렸다

죽인 사람은 '한 남자'였지만, 그 한 남자에 대한 해석은 아무런 힌트도 없이 프레디는 사라져버렸다. 이 모호성이 대중적 지지를 확장했고, 종교적이든 동성애 관련 문제이든 완강한 반발을 하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놓았다. 노래는 죽지 않는 생물이라는 것을, 프레디는 알고 있었을까. 영화를 타고, 그 한 남자가 세상 밖으로 다시 뛰어나왔다.

                                        이상국 논설실장
 

[프레디 머큐리 공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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