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워킹그룹…'남북경협 제동이냐, 대북제재 완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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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8-11-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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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훈 본부장 미국행…비건 美 대표와 20일 첫 회의 유력

  • 美 대북제재 완화 속도조절…북미 회담·비핵화 조치가 변수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남북경협 제동이냐, 대북제재 완화냐.'

베일에 싸였던 한·미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해 대북제재, 남북 관계 등을 협의하는 실무기구다. 한·미 워킹그룹의 실무진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끈다.

우리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 본부장은 19일 미국행에 몸을 실었다. 이 본부장은 오는 21일까지 워싱턴을 방문하고, 비건 대표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는 20일(현지시간)이 유력하다.

◆워킹그룹, 과속방지턱 논란 잠재울까

한·미 워킹그룹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속도'와 '방향'이다. 한·미 워킹그룹의 실체는 비건 대표가 지난달 28∼30일까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잇달아 만난 뒤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은 삼성·SK·현대자동차·LG·포스코 등 국내 5대 대기업에 대북사업 관련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한·미 워킹그룹은 '선(先) 대북제재 이행-후(後) 남북경협 추진'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과속방지턱'이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실제 한·미 양국의 방점도 달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워킹그룹이 출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등의 긴밀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선언 논의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하지만 미국은 남북 관계 가속에 따른 '대북제재 이행'에 초점을 맞췄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 "대북 제재를 둘러싼 한·미 양국 간 속도를 최대한 맞추기 위한 '조정 기구'의 성격을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진전의 '선순환'을 요구하는 우리 정부와 '2인 3각'의 보조를 원하는 미국 측이 속도와 방향 등을 놓고 실무 협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남북 철도 제재 면제에 쏠리는 눈, 왜?

한·미 워킹그룹 테이블에 올라갈 쟁점은 많다. 단기적으로 미국이 대북제재 면제 결정을 늦추면서, 사실상 멈춰진 '남북 철도연결 사업'이 중대 고비를 맞는다. 이는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에 올라갈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이는 꽉 막힌 남북 간 '물류 혈맥'을 뚫어 유라시아 및 환태평양 지역 간 교역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구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18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남북 도로 현대화 사업과 남북한·중국·러시아를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전력 연결) 사업 등에 3000억원가량의 예산을 배정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남북한 경제통합 분석모형 구축과 성장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추산한 남북 철도 및 도로연결의 경제적 효과는 1조6000억원에 달했다. 30년간 7대 남북 경협사업을 추진할 경우, 총 169조4000억원의 파급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대북 제재'다. 유엔 대북제재 2397호의 제7조에 따르면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철강 및 여타 금속류의 북한에 대한 직·간접 판매 및 이전은 금지된다. 또 미국의 행정명령 1만3722호와 1만3810호는 북한의 운송 및 건설 관련자에 대해 포괄적 대북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남북 협력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대북 제재 위반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현장조사의 제재 면제를 요청했지만, 조사에 사용하는 장비 중 북한으로 반입이 금지된 품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논의가 스톱한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변수는 '북·미 회담-실질적 비핵화 조치'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남북 간 산림협력 사업 중 양묘장 현대화 사업도 난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와 관련, "양묘장 기자재 중 대북 제재 대상이 되는 물품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남북 군 통신선 개·보수 당시 대북 물자 반출 과정에서도 미국 측으로부터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았다.

변수는 '북·미 고위급회담'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등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대북 제재에 청신호를 켠 미국은 지난 7월 3차 방북 직후, 북핵 상황이 교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강경론으로 선회했다. '남북 경협 제동이냐, 대북제재 완화냐'의 갈림길에 선 한·미 워킹그룹의 운명도 이 지점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최측근인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 미션 센터장이 지난주 3박4일 일정으로 극비리에 방한한 것으로 알려져면서 북·미 고위급 회담 재개의 불씨는 살아나는 모양새다. 정보통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늦어도 오는 28일쯤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하는 조건을 북한이 맞추지 못한다면, 속도 조절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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