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변해야 산다]광주형 일자리 왜 ‘삐그덕’...민주노총 반대 속내는 ‘임금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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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8-11-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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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협상 데드라인 넘겨, 18일 실무 협의 중

  • 민주노총, 광주형 일자리 임금 하락·일자리 감소 ‘나쁜 일자리’

  • 독일 사례 교훈 삼아 노사 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 만들어야

'광주형 일자리' 협조 호소하는 광주시민사회단체 [사진=연합뉴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지난 15일 협상 데드라인을 넘겼다.

광주시를 중심으로 구성된 투자유치추진단은 18일 현재 현대차와 실무 협의를 다시 이어가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현대차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다름 아닌 민주노총 산하 조직이다.

결국 현대차 노조의 동의를 구하려면 민주노총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낙인찍어 반대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3500만원 안팎의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일자리를 늘리고, 정부와 광주시가 근로자 복지를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정부에 따르면 협상이 타결돼 연간 10만대의 1000㏄ 미만 경차·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생산공장이 들어서면 일자리 1만1000개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이 사업이 기존 자동차 업체의 임금 하락을 유도하는 한편 다른 지역 일자리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경형 SUV 국내 시장이 연간 14만 대로 포화 상태여서 사업이 지속가능할지 여부도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즉 전체 자동차 업계 노동자의 임금이 하향 평준화 되는 것을 막고, 고용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란 것이 민주노총의 반대 논리다.

실제 이번 달에만 5차례 협상을 했음에도 타결되지 못한 데는 △임금 수준 △근로시간 △사업의 지속가능성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광주시와 현대차는 주당 44시간 근무에 초임 연봉 3500만원 수준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구체적으로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사업장별 생산량 변동에 따라 1주 12시간 한도 내에서 연장·휴일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이다. 다만 현대차와 합작법인 설립 후 경영수지 분석을 거쳐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이 합의를 현대차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또 전체 자동차 업계의 저임금을 야기하고, 다른 지역 일자리도 줄어드는 “한국자동차 산업의 재앙을 불러 올 실패한 투자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항의서한도 냈다.

급기야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오는 21일 동시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측으로서는 노조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친 데다 최근 자동차 업종의 생산·내수·수출 ‘트리플’ 악재가 현대차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협상이 미칠 부정적 영향에 부담이 커진 셈이다.

광주시는 당초 내년도 국비에 사업비를 반영하기 위해 국회 예산 심의가 끝나는 15일까지를 협상 데드라인으로 봤다.

데드라인을 넘기면서 내년도 예산안의 감액 및 증액을 심사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까지 합의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는 반대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날 기색이 없어 협상이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뿐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과 탄력근로제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한국 GM 사태 등 노동 현안 전반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타결되려면 민주노총의 협조가 필요하고, 민주노총을 설득하려면 결국 이들 노동 현안에 대한 답을 정부와 지자체가 제시해야한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파업’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민주노총이 정부와 시로서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했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마저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등 해외 사례를 교훈 삼아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가 노사 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을 만드는 데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경우 경기 침체로 실업이 급증하자 위기 타개를 위해 노사 스스로 요구 조건을 양보하며 임금 동결, 파업 중단 등에 합의했다”며 “민주노총과 노조는 이를 외면한 채 점거농성, 총파업 등 과거 적폐적인 투쟁으로 일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의 일자리 창출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유명하다.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는 인구 12만명의 소도시로 이중 5만여명이 폴크스바겐과 협력회사에서 일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기 침체로 폴크스바겐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자 노조가 반발했다.

이후 2001년 노사는 본사와 분리된 합작회사 ‘아우토(Auto) 5000’을 설립해 실업자 5000명 채용, 임금 5000마르크(연봉 3500만~4000만원) 수준에 합의했다.

노조는 본사보다 20% 낮은 임금이지만 고용 안전성을 위해 양보했다. 이후 아우토 5000은 매출 상승과 함께 경영이 안정되면서 지난 2009년 본사와 합병했다.

박 교수는 “우리 노동계가 사회적 책임을 지는 자세로 청년 실업 해소, 노동시장 격차 줄이기 등 노동 개혁에 동참한다면 대한민국을 보는 외국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며 “광주형 일자리 같은 노사 상생 사례를 만들면 대한민국에 긍정적 인식을 줘 외국인 신규 투자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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