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 업계 최초 노조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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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18-11-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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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제공.]

국내 최대 삼일회계법인에 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이 생겼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삼일회계법인지부는 지난 15일 설립총회를 개최하고, 초대 지부장에 항병찬 씨를 선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일회계법인 노조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이를 논의할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황병찬 지부장은 "노조 설립의 도화선이 된 것은 근로자대표 선거에 있어 회사의 부당한 개입과 회사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부당함을 향후에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우리의 의견을 제대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의견이 모아져 사무금융노조 산하 지부로 출범했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11월 7~9일 동안 3차 투표를 진행했다.

해당 투표에는 투표권자 2725명 중 2145명이 투표(투표율 78%)했지만 출마자가 1258표를 득표(투표권자 대비 46%)해 당선되지 못했다. 삼일회계법인의 근로자 대표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투표권자의 과반 찬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근로자 대표가 선출되지 못한 것은 삼일회계법인이 사측 입장을 수용할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재량근로제(노사가 서로 합의한 시간만 근로 시간으로 인정)가 시행되면 이후 사측이 대체 휴무나 급여를 보전할 것인지에 대한 회계사들의 의구심도 근로자 대표 선거가 파행을 겪은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재량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시간 외 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회계법인의 회계사 임금이 하락할 우려가 있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황 지부장은 "우리 노조는 무조건 회사와 싸우는 조직이 아니다"며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합리적인 선을 찾아가며 합의할 수 있는 단체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 회장도 "회계사들에게 자본주의 파수꾼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며 "그 기저에는 과중한 업무와 책임에 몰려있는 젊은 회계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매년 1000명의 숙련 인력이 회계법인을 떠나는 것이 현실"이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설립돼 회계사들이 전문가적 양심을 가지고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회계사 1868명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규모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1971년 설립 이후 48년간 무노조 경영을 해왔다.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에서 노조가 탄생한 만큼 다른 회계법인에서도 노조 설립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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