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조어] 평범함을 사랑한다! '노멀 크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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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18-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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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매주 수요일마다 종편채널에서 방송되는 '나는 자연인이다'는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나도 자연 속에서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자연인들은 몸이 아파서, 사업이 부도나서, 사기를 당해서 등등···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지위 등을 포기하고 무작정 자연으로 돌아온 이들도 있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던질 때 이들은 말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돈, 명예, 권력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만들어낸 틀에 맞춰 살아가는 데 지쳐 평범함에 눈을 돌리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을 '노멀 크러시(Normal Crush)'라 부른다. 노멀 크러시는 '보통(normal)'과 '반하다(crush)'를 합쳐 만들어졌다. '노멀 크러시'란 말은 가수 이효리에 의해 더욱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이효리가 출연한 종편 프로그램 '한끼줍쇼'에 MC 강호동은 지나가던 아이에게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 거냐?'고 묻자, 이경규는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효리는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라고 조언했다.

'아무나 되라니···' 언뜻 들으면 성의 없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농담처럼 무심하게 던진 이효리의 말에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숨 막히는 경쟁 속에 매몰된 한국을 '헬조선(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지옥에 비유한 신조어)'이라 칭하는 2030세대에게 "그냥 아무나 돼"라는 조언은 '훌륭한 삶'보다는 '행복한 삶'을,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보다는 '내가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라는 위로의 메시지로 큰 울림을 일으켰다.

어찌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엔 거창한 야망보다 소박한 꿈을 원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한 삶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인 '휘게(hygge)',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인 '놈코어(노멀·normal+하드코어·hardcore)' 등 같은 시기에 비슷한 의미의 신조어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대, 많은 것을 움켜쥐고 있음에도 전혀 행복하지 않은 우리들, 남들보다 돋보이려고 앞서 나가려고 무언가를 채우고 또 채워도 가슴속 한구석이 뻥 뚫려 있는 듯한 허망함이 느껴진다면 삶의 기준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가득참보다는 비움을, 비범함보다는 평범함을 추구하는 '노멀 크러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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