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칼럼] 규제와의 전쟁, 기존 산업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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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국제뉴스국 국장
입력 2018-09-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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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규제 혁신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이어, "규제 개혁의 핵심은 신산업·신기술에 대해서 우선 허용하자는 것"이라며 "근거 규정이 있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이 자칫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는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우리나라는 경직적인 규제 등으로 혁신적 산업의 출현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와 기존 규제와의 정합성이 충족되지 않은 점은 국내 산업 발전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해외 주요국들의 규제동향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비조치의견서 발행 등을 통해 규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정부의 법령 규제가 국민의 행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모호할 경우, 정부기관에 사전 문의해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 받고, 문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규제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공식적으로 받는 제도다. 둘째,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여 스타트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자유롭게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셋째, 기업 간 또는 기업과 투자자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자본조달 및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신산업 지원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규제완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유자동차 규제,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활용한 원격진료 금지, 신용정보 빅데이터 활용 제한, 드론의 상업용 활용 제한, 자율자동차 안전성 기준 부재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신산업에 적합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 및 기존 규제의 완화 등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P2P 대출산업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였고, 비금융 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제한하는 은산분리 원칙도 과감하게 해소되어 왔다.

이제 ‘기존 산업과의 전쟁’이다.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사실, 새로운 제조·서비스 기업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산업이 조성되면서 경제규모도 더욱 커지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의 조성은 곧 일자리가 늘어남을 뜻한다. 양질의 일자리에 기초해 국민소득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소비가 진작되면서 경기가 부양되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산업에 맞서는 기존 산업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카풀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는 이달 중 승차공유(카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카풀 스타트업인 ‘럭시’를 인수했다. 기존의 ‘카카오택시’ 서비스나 ‘주차장 공유’ 등과 함께 이동수단 토털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산업인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택시업계는 카풀의 ‘불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택시업계는 대화를 이어왔지만, 협의점을 찾지 못한 채 대화가 중단된 상태다.

공유경제는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은 미국의 우버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디디추싱에 도전하는 라이벌 ‘메이퇀’은 공동구매를 시작으로 성장하여 올해 3월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에도 진입했다. 중국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인 ‘모바이크’는 세계에 진출했다. 숙박 공유 모델이나 장난감 공유 모델 등 다양한 산업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 환경 보존, 자원의 효율적 활용, 신산업 성장 등의 면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우리나라의 신산업이 기존 산업과의 전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미 공유경제 플랫폼이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의 신흥국에서도 성장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이마트는 월마트와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앞으로의 신산업들은 세계적으로 이미 성장한 플랫폼 기업을 당해내지 못할 수 있음을 우려해야 한다. 기존 산업과의 마찰이 있는 동안 국내 신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그 사이 다른 나라들은 지속적으로 신산업을 성장시키고 있음을 걱정해야 한다. 기존산업에 대한 눈치보다는 다른 나라 신산업에 대한 눈치가 필요한 것이다.

모든 선택은 포기가 따른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 다만 효용이 크거나 미래 가치가 있는 선택을 하되, 포기한 것에 대해서는 보완을 해야 하는 것이다. 농수산업이 붕괴될 것을 우려해 자유무역협정(FTA)을 포기해 왔는가? FTA를 확대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을 확대하고, 악역향이 있는 산업을 위한 대안들을 마련해 오지 않았는가? 동네 오프라인 서점이 붕괴될 것을 우려해 온라인 서점을 막았던가? 온라인 서점산업을 성장시키면서, 동네 오프라인 서점들이 문화적인 공간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지원책들을 마련하지 않았는가?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는 정부는 규제완화의 정책기조와 엇박자가 나고 있다. 신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다. 신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적 기조는 흔들리면 안 된다. 흔들리지 않는 기조 하에서 보완책들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신산업 성장에서 얻는 효용을 기존산업과 합리적으로 공유하는 모델을 구상해 볼 수 있다. 신산업은 장려하되, 기존 산업들이 다른 활로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마련해 볼 수 있다. 집안싸움보다는 글로벌 경쟁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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