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 “한방 비수술 척추치료, 통합의학 기반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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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8-08-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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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나요법 이론 만들고 美·中에 소개, 비과학적 불신 해소 노력

  • 대체의학 평가된 한의학, 서양의학과 접목 대등한 위치 만들 것

  • 비용 부담 큰 한방요법, 연내 추나요법 건보 급여화 적용 기대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생한방병원 본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자생의료재단 제공]


“향후 척추치료 분야에서 한방(韓方)은 ‘통합의학’을 이루는 기반으로 평가될 겁니다. 이미 해외 평가에서 확인되고 있죠.”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한의학 박사)은 한방을 통한 ‘비수술 척추치료’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향후 비수술 한방요법이 척추치료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접목된 통합의학을 통해 더 효과적인 척추치료를 추구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동양의학은 서양의학과 대등한 위치에까지 놓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 이사장이 내놓는 전망은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온라인에서만 보더라도 한의학·한방요법 등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긍정적 평가도 존재하지만, 개인 경험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이는 허리 통증 환자도 마찬가지다. 척추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찾는 사람도 많지만, 반대로 한의원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이도 적잖다. 한의원보다는 병원이나 의원 등 의료기관을 찾아 약을 복용하고 수술을 하는 것이 올바른 치료법이라고 믿는 이도 많다.

신 이사장도 이를 경험해 왔다. 그는 “30여년 전 척추질환 한방치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때도 한방을 폄하하는 사람은 많았다”며 “양방과 달리 한방은 비객관화돼 있고 비과학적이라는 편견이 상당했다”고 회상했다.

1990년 당시 신 이사장은 과거에 전해졌던 한방 비수술 척추치료 ‘추나요법’을 발굴·복원하고, 국내 환자에 맞는 치료법으로 재정립했다. 이후 여러 차례 방송에 출연해 추나요법을 소개하고 치료 시연을 했지만 여전히 사회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사회 전반에 깔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임상시험과 각종 연구를 통한 과학적 입증이 필요했다.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라고 한들, 그 효과를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다면 각 개인마다 ‘다르게’ 얻어지는 경험에 불과하다.

이에 신 이사장은 ‘표준화·과학화·세계화’를 한방 비수술 척추치료 핵심가치로 설정했다. 사회 불신 해소를 한방치료 연구 목표로 삼고, 누구보다도 앞서서 한방 척추요법 표준화·과학화에 주력했다. 대한추나학회(현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설립 후 추나요법에 대한 학술적 이론을 수립했고, 여러 연구와 논문 발표로 한방요법이 갖는 효과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해 나갔다.

한방·한의학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은 데이터 축적에서 그치지 않았다.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10여년 전부터는 직접 미국과 중국, 러시아, 유럽 등에 가서 현지 의대, 방송사에서 한방 비수술 척추치료에 대한 강연·시연을 펼치는 등 인지도 제고에 힘써왔다. 이는 한방 치료에 대한 과학화를 충분히 이뤄냈다는 자신감에 근거했고, 그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2011년에는 미시간주립대 정골의대 명예교수로도 위촉됐고, 2015년에는 한방치료법이 미국 정골의학협회(AOA) 보수교육과목으로 지정됐다.

신 이사장은 “낯선 한의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선 외국인이 한방치료 효능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추나요법 효과 데이터는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고, 수술에만 의존해 오던 치료법에서 벗어나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근거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월에도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정골의학교육 콘퍼런스(OMED) 2018’에서 미국 현지 정골의사(DO) 7000여명을 대상으로 한방 비수술 치료법을 강연할 예정이다. 미국 정골의사는 면허시험부터 전공의까지 일반의사와 동일한 과정을 거친 전문의로, 일반의사와 동등한 권리와 지위를 갖고 있다.

신 이사장이 동양의학과 서양의학 간 접목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치 자생한방병원에서 한의사와 의사가 한 환자를 동시에 진찰·치료하는 ‘한자리 진료’가 시행되는 것과 같다. 아직까진 미국에서 한방치료 등 한의학이 ‘대체의학’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향후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성과가 누적되면 또 하나의 의학으로서 서양의학과 대등한 입지를 갖출 수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 한방요법에 대한 연구 성과가 도출된다면 한의학 발전의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갖고 있다.

신 이사장은 “한방요법 치료효과에 대한 해외 의료진 관심이 상당해 직접 국내 병원에서 연수까지 받고 있을 정도”라며 “향후 1~2년 내에 서양의학과 접목돼 통합의학으로 발전되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생한방병원 본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자생의료재단 제공]


신 이사장이 한방 표준화·과학화를 통해 이룬 성과는 국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가 재정립한 비수술 척추치료 근간인 ‘추나요법’은 전국 3500명이 넘는 한의사가 활용할 정도로 대중화됐고, 그가 세운 작은 한의원은 전국 20개 한방병·의원을 갖춘 자생한방병원으로 성장했다. 자생한방병원에 따르면 이는 국내 한방 의료기관 중 최대 규모다.

한방요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자생한방병원은 이와 무관한 듯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990년 자생한의원으로 개원한 후 1999년 자생한방병원으로 승격했고, 2011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첫 한방척추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여러 데이터 확보에 이어 비수술 척추치료 성공사례가 누적되면서 매년 진료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5년에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최단 기간 척추 질환자 100만명 이상을 치료한 병원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옥 이전으로 ‘논현시대’를 열었고, 연 환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섰다. 강남·부천·대전·해운대·창원·울산·대구 등 자생한방병원 7곳이 한방척추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병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문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방 세계화는 자생한방병원 외국인 환자 유치에서도 드러난다. 2006년 ‘인터내셔널 클리닉’을 개설한 후 연간 외국인 초진 환자 수는 초기 180명에서 현재 2000여명으로 늘었다. 현재는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동에서까지 외국인 환자가 방문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자생한방병원은 신사옥 1개층 전체를 ‘외국인 전용 국제진료센터’로 구축하면서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신 이사장은 “한·양방 협진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척추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추나요법, 동작침법, 약침치료 등을 병행해 치료 효과를 배가시키는 한방통합치료법을 구축한 것이 성장 밑거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생한방병원은 어느 한방 의료기관보다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하고 있다”며 “표준화·과학화에 대한 노력이 쌓이다 보면 끝내는 많은 사람이 한의학 우수성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러한 성과로 신 이사장은 한방 비수술 척추치료 선구자로도 평가된다. 1990년 자생한의원 개원 이후 현재까지 한방 비수술 척추치료에 줄곧 매달려온 기간만 30년 가까이 된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는 듯했다. 그동안이 한방요법과 한의학 ‘성장기’였다면, 본격적인 ‘전성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셈이었다.

신 이사장은 “한방에 대한 편견은 사실 한의사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한의원마다 같은 증상에 대한 원인을 다르게 설명하고, 한방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연구활동은 미진하다”고 자성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동양의학이라고 하면 ‘중의학’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한의학임에도 중의학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하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방치료법의 표준화와 함께 연구를 통한 과학화 작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의학은 미과학’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고도 했다. 이론이 달라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있을 뿐, 과학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 의료진에게 ‘직접 보여줘야겠다’고 한 것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었다. 해외에서 더 폭넓은 연구로 ‘증거’가 밝혀진다면 일석이조이기도 했다.

한방요법 급여화를 통한 접근성 강화도 고민거리다. 한방요법은 4%만이 급여가 적용되고 있고, 실손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환자는 가격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이대로는 과학화 수준을 높이더라도 국민 접근성은 개선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나요법 급여화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정부 주도 하에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역으로 생각해보면 부담이 상당한데도 재진이 이어지고 환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한방요법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한방요법도 근거에 맞춰 급여화가 필요하고, 추나요법은 올해 내에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방 급여화는 선친의 유지(遺志)와도 무관하지 않다. 본래 의료기관 입장에서 급여는 비급여보다 수익성이 낮다. 때문에 급여화는 병원 경영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 이사장이 한방치료법에 대한 급여화를 추진하는 것은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선친이 강조해온 ‘인술(仁術)’ 때문이다. 한방치료에 대한 국민 부담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민족의학으로서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2013년 자생의료재단을 설립하고 의료봉사활동과 장학사업 등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은
△1952년 충남 당진 출생 △1990년 자생한의원 개원 △1991년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설립 △1999년 자생한방병원 승격 개원, 경희대 한의대 박사 △2006년 국민훈장 동백장 △2010년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 △2011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명예교수 △2014년 재단법인 자생의료재단&자생한방병원 이사장 △2015년 국민훈장 모란장 △2017년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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