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시장에 겸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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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08-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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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대신자산운용 대표]


"시장에 겸손하라." 투자자라면 한 번쯤 들었을 법한 말이다. 주식시장이 순간순간 다양한 변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실에 대해서도 시장 참여자에 따라 해석과 움직임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자본시장을 살아있는 생물에 비유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것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항상 시장에 대해 분석하고 공부해야만 자산을 지키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1%를 기록했다. 2014년 3분기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경제는 이례적인 장기 확장국면 속에서도 여전히 순항 중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에 대해 “디딤돌일 뿐”이라며 “다음 분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무역 적자를 반으로 줄이면 8~9% 성장률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통화정책, 경제전망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자신감을 분출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의 환율 조작 의심과 달러 강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무역분쟁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음에도 "관세가 최고"라며 트럼프 자신의 통상정책에 만족감을 언급하고 있다.

필자는 트럼프의 과도한 자신감과 영역을 넘나드는 광폭행보가 미국 경제의 정점 통과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미국 경기의 흐름을 되돌이켜보면 경기와 정책에 대한 과도한 낙관과 오만함이 경기 정점 시그널이었다. 이는 재정수지 악화와 공격적인 대외정책, 주식시장 버블로 표출됐다.

우선 재정수지 악화는 예정돼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서는 트럼프의 대규모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향후 10년간 미국 재정적자는 연간 1200억 달러씩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2020년 미국 재정적자는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다. 장기 호황 마지막 국면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자신감과 낙관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대외정책으로는 무역분쟁이 변수다. EU와 무역협상 타결로 미국과 EU 간에는 일단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본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오히려 EU와의 무역협상이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와 격화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분쟁의 피해 농가에 최대 120억 달러의 긴급지원을 결정한 것도 중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과 EU 간의 무역분쟁도 갈등이 해소됐다기보다는 조건부 휴전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의 합의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세부과라는 카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EU와의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에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겠지만 조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더 큰 문제는 거시경제지표다. 누적되고 있는 무역분쟁의 무게와 피로감이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견고한 글로벌 공급망과 미국 교역상대국의 보복관세 부과 등을 감안할 때 2차적으로는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 저축률이 반등세를 보이고, 기업의 설비투자(CAPEX)는 둔화될 조짐이다. 미국 부동산 경기 둔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들의 균열 조짐은 트럼프의 자신감과는 반대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트럼프의 과도한 자신감이 오만함으로 발전할지 주목해야 한다. 미국 경기의 정점 통과는 2019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중장기 글로벌 경제와 위험자산의 가격 하락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이다. 미국 경제의 추가적인 확장은 제한적일 것임을 알리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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