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중동, 리커창은 유럽…우군 확보 '광폭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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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7-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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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習, 아랍연맹·걸프협력회의 향해 러브콜

  • 리커창, 유럽 돌며 반미 동맹 구축 주력

  • 美농산물·원유 대체 공급선 확보 목적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사바 알아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이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유럽과 중동의 정치 지도자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미 압박을 위한 공동 전선 구축과 농산물·에너지 등의 수입선 다변화를 동시에 노린 포석으로 읽힌다.

◆평화·공영 외치며 트럼프 견제 주력

시 주석은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랍연맹 협력 포럼 제8차 장관급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개막 연설을 통해 중동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분열을 획책하거나 (중동을) 억압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시리아·예멘 등 난민이 속출하는 국가에 6억 위안(약 1011억원)을 지원하고, 팔레스타인에는 별도로 1억 위안(약 168억원)을 무상 지원키로 했다.

전날에는 사바 알아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과 회담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중 "현재 세계는 변혁과 조정의 중요한 시기를 겪고 있다"며 "중국이 주창한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해 각국의 공영과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를 앞세워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무역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중국과 쿠웨이트는 수교 이후 47년간 정치적 신뢰를 쌓으며 각자의 핵심 이익을 지지해 왔다"며 "쿠웨이트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쿠웨이트뿐 아니라 중동 지역 산유국의 정치·경제 공동체인 걸프협력회의(GCC)를 향해서도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GCC는 미국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바레인 등 6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시 주석은 "GCC와의 관계가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시 주석이 중동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동안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유럽을 누비며 반(反)트럼프 전선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리 총리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중·동유럽(CEEC) 16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독일로 이동해 전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담을 했다.

양측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며 다자주의를 견지하며 국제 무역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리 총리는 "대외 개방 확대가 중국의 명확한 입장"이라며 "외자 기업을 (중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무역전쟁에 반대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리커창 중국 총리(앞줄 왼쪽 다섯째)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여섯째) 등 양국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지난 9일 베를린에서 회담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대미 보복관세 감안 수입선 다변화 포석도

중국이 유럽을 향해 보낸 러브콜의 결과는 오는 16~17일 베이징에서 개최 예정인 중·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원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한다. 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EU와 반미 동맹을 구축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중국이 유럽 및 중동과의 관계 다지기에 나선 배경에는 대미 압박 차원 외에 수입선 다변화라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중국이 3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감행한 만큼 농산물과 에너지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대두·수수·옥수수·밀 등 농산물의 경우 미국을 대체할 수입처로 유럽을 눈여겨보고 있다. 앞서 중국은 아시아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미국을 대신해 중국의 엄청난 농산물 소비 수요를 충족할 만한 공급선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원유 등 에너지는 중동산 수입을 확대하는 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산 원유는 중국이 발표한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졌지만 향후 무역전쟁이 격화한다면 원유도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미국 원유업계도 중국에 수출하던 물량을 인도 쪽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한 미국이 주요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요청했을 때 중국이 단호하게 거부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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