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 엇갈린 이해관계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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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8-05-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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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베네수엘라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합법성을 두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반면, 쿠바와 러시아는 지지를 표명해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23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와 캐나다 등 미주 14개국이 지난해 결성한 외교 모임인 리마 그룹(Lima group)은 베네수엘라 대선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대선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수도인 카라카스 주재 대사들을 일제히 소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주 국가 대부분이 베네수엘라 선거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반면, 쿠바는 이들과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쿠바 공산당 지도자 라울 카스트로는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초월적 승리(transcendental victory)”라며 축하를 보냈다.

베네수엘라의 오랜 우방국인 러시아 역시도 마두로 정권에 우호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재선 승리를 거머쥔 마두로를 축하하며 “베네수엘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국가적 대화가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트럼프에 "우리도 북미정상회담 같은 대화하자" (차랄라베 AFP=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미국과 베네수엘라도 북미정상회담과 유사한 대화를 하자고 제의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미국 간의 정상회담 진행과정이 워싱턴DC와 카라카스 간의 화해를 위해 매우 긍정적인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평양과의 대화는) 전 세계에 관용, 대화, 차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모범사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주요 야당의 불참과 국제사회의 반대 속에 20일 치러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 15일 차랄라베에서 유세하는 장면. lcs@yna.co.kr/2018-05-17 15:43:58/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마두로의 연임에 부정적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번 선거를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속임수”로 규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미국은 민주주의 복원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외교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정부 관계자들의 관련 발언들은 마두로 선거캠프의 부정선거 논란을 기정사실화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베네수엘라 주변국은 물론 미국과 러시아 등의 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베네수엘라와 각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오랜 동맹국으로 양국 모두 핑크타이드(온건 사회주의)가 퇴조세를 보이는 남미 대륙에서 좌파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몇 안 되는 국가인 데다, 경제 협력에 있어서도 적극적이다. 쿠바는 의사와 간호사 등 4만여 명의 전문 인력을 베네수엘라에 보내는 대신, 하루 10만 배럴 이상의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타국 대비 유리한 조건에 수입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곤두박질쳤던 2015년 하반기엔 베네수엘라와 쿠바 간 교역이 휘청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는 지금은 양국 관계가 최상이다.

반면 콜롬비아나 브라질 등은 마두로 재집권으로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베네수엘라 주민의 대규모 엑소더스가 골칫거리다.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 자료에 따르면 현재 콜롬비아에는 60만 명, 브라질에는 4만 명가량의 베네수엘라 주민이 체류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베네수엘라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악화하면 난민 유입이 증가할 공산이 크다.

러시아의 사정은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중남미와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정치,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는 베네수엘라로부터 하루 22만5000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데, 이는 베네수엘라 원유 전체 수출의 13%에 달한다. 로스네프트는 저유가 흐름이 지속되자 디폴트(채무불이행) 등급으로 강등된 베네수엘라에 10억 달러를 빌려주고, 베네수엘라 국영 원유회사인 페데베사(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인 '시티고' 지분 49.9%를 확보하기도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은 아니지만 산유국인 러시아로선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에 목을 맬 유인이 없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와 우호적 관계를 맺는 건 중남미를 지정학적 거점으로 만들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기회요인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미국은 1999년 우고 차베스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베네수엘라와의 외교관계가 급격히 냉각됐다.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2010년 이후론 상대국 주재 대사 파견도 중단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관계 악화엔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지정학적 입장도 한몫한다. 러시아와 패권을 다투는 미국 입장에선 러시아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할 뿐 아니라 끈끈한 경제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달가울 리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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