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차이나 포커스] 남북정상회담을 보는 중국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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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8-05-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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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한반도의 복잡한 역학구도에서 중국이 소외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 과연 가능한 것인가? 미국을 제외하고 당사자인 남북한도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차이나 패싱은 결국 미국이 만드는 정략적인 표현이고, 그런 프레임 속에서 중국을 조급하게 만들고 압박해 더 많은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셈일 것이다. 이른바 ‘중국포위전략’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속내는 무엇인가? 크게 정치외교적 속내와 경제적 속내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첫째, 정치외교적 속내로 중국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판문점 선언 그리고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까지 그 속도와 방향이 중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매우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방향은 맞지만 속도와 형식이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가지 않고 있다는 조급함이 있어 보인다. 북·미 간 정상회담이 남북한 정상회담과 같이 급진전되길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급하게 방북길에 오르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주한미군 철수 얘기를 북·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해야 한다고 북한에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북한 이슈는 미·중 양국의 패권 시소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자, 중국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전략적 자산이자 완충지대로서 미·중 협상의 중요한 칩(chip)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의 동아시아 내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고자 분주히 뛸 수밖에 없다. 중국의 속내를 좀 더 파고들면 ‘차이나 패싱’이 아니라 미국에 의한 ‘차이나 배싱(China bashing, 중국 때리기)’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과거 구소련 체제가 그렇게 붕괴했고, ‘Japan as Number One’을 외쳤던 일본도 그렇게 미국에 의해 경제가 무너졌다. 미·중 양국 모두 이번 판문점 선언을 보며 성공적이었다고 높게 평가했지만 그들의 속내는 정반대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 이슈의 폭죽을 쏘면서, 결국 중국경제 붕괴를 위한 결정적인 창과 칼을 중국에 겨누는 ‘안보-경제 연계’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동아시아의 마지막 보루인 북한 이슈를 지렛대로 계속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에도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공을 들이면서, 경제적인 지원과 협력으로 북한을 중국식 프레임에 묶어 두려고 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프레임을 잘 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중관계의 시소게임을 활용해 북한 체제 안전과 경제적 실익을 챙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직관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경제적 속내는 어떠할까?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고조되면서 북·미관계 호전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경제제재를 풀고, 미국으로부터의 도피처로서 역할을 지속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국가미래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는 일대일로 견제를 위해 작년 11월 '인도·태평양 전략'울 발표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부터 일본, 호주, 인도까지 연결해 중국의 경제적 패권 확장을 막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여기에 이미 일본과 인도가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다시 말해, 시진핑 주석이 그리는 ‘중국의 꿈(中國夢)’에 미국이 자꾸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 청나라 말기(1700~1820년)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경제의 32.9%를 차지한 적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과거 ‘차이나 넘버원’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는 바로 이 중국몽의 시작이자 향후 가장 중요한 경제적 포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인도·파키스탄 등 주변국들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고 동시에 미국의 대 중국 통상압박과 견제가 가속화됨에 따라, 중국은 일대일로의 밑그림을 좀 더 세분화하고 있다. 그 한 축이 바로 유라시아의 협력강화를 통해 경제적 출구를 찾는 것이다. 중국은 유라시아와의 경제적 유대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작년 10월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과 경제무역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유라시아는 일대일로 건설의 중요한 지점에 위치해 있고, 북한은 바로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에 결코 미국에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북한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중국의 속내가 결코 편치 않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이유에서 한·중, 북·미 정상회담과 북·중관계의 함수에 크게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개혁·개방의 방향으로 끌고 가면서 정치외교 및 경제적 전략에서 최대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점차 가열될 워싱턴 컨센서스 및 베이징 컨센서스 대결 구도 속에서 서울 컨센서스를 위한 플랫폼 외교 및 경제적 접근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차이나 패싱이라는 용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결국 차이나 패싱은 한·중 간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꼴이 되고, 미국의 대 중국 포위전략 프레임에 동참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미·중 양국의 동상이몽식 한반도 비핵화 접근법은 한국이 종속변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립변수로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어나갈 세부적인 대응 매뉴얼이 더욱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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