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태금융포럼] "살아남는 가상화폐는 가격 더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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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입력 2018-03-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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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가상화폐 열풍은 과거 닷컴 버블을 떠오르게 한다. 가상화폐 다수가 사라지겠지만, 일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살아남는 가상화폐는 닷컴 버블을 이겨낸 아마존처럼 높은 값에 거래될 것이다."

본지가 14~15일 여는 '2018 아·태금융포럼'에서 강연할 이건호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12일 만나 '가상화폐론'을 들어봤다. 그는 2014년까지 국민은행장을 지낸, 금융권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뱅커'로 일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화폐의 가격 폭등에 대해 튤립 버블이나 닷컴 버블을 예로 들며 "곧 터질 수밖에 없는 거품"이라고 경고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이건호 연구위원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과거 어떤 버블과 비교하더라도 엄청난 거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 등 비교대상이 되는 다른 자산은 이미 성숙된 시장에서 가격이 오른 후 점차 떨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가상화폐는 아무도 시장 성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급등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 개당 2만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각국 정부의 규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지난달 5000달러대까지 폭락했다. 최근 다시 반등하며 1만 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가상화폐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걸음마 수준의 기술이다. 이른바 '코인이코노미'를 가까운 시일에 실현할 수 있을 만큼 안정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상화폐를 실제 거래에 이용하는 '사용자시장'이나 '마이닝(발행)시장'보다는 '거래시장'에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가상화폐 시스템을 주도하는 주체는 미국과 중국이다. 범위를 넓혀도 서구와 중국, 홍콩, 싱가포르를 포함한 중화권 정도다. 두 세력은 발행시장에서 기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에만 480개의 가상화폐가 쏟아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판매규모는 16억6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가상통화공개(ICO) 규모가 65억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건호 연구위원은 "현재는 전문가조차 제대로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최근 ICO가 활성화되면서 수많은 가상화폐가 나오는데, 심지어 적용 기술의 개요를 담은 화이트페이퍼조차 안 내놓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기일 확률이 높다"며 "일반투자자가 옥석을 가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는 투기만 조장하다 사라질 존재일까. 이건호 연구위원은 증기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엔 200년 후 어떤 것이 지배적인 운송수단이 돼 있을지 예측할 수 없었다"면서 "대부분 도태됐지만 승자는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기간 수백개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 가운데 10개만 선택돼도 굉장히 많은 숫자"라고 강조했다.

닷컴 버블을 거치면서 관련주의 90%가 휴지로 변했다. 이건호 연구위원은 "이것이 닷컴 버블의 실체이고, 가상화폐 열풍은 닷컴 버블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 시기를 점치기는 이르지만, 살아남는 가상화폐는 아마존과 같은 지위를 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증기기관을 만들었던 초기와 비슷한 환경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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