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우리의 의지에 반하여..me too 운동 페미니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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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기자
입력 2018-03-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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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전 브라운밀러 지음 | 박소영 옮김 | 오월의봄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는 남성연대가 강간이라는 정복 행위를 통해 어떻게 여성을 항구적인 두려움의 상태에 가둬뒀는지를 역사적으로 추적하는 수전 브라운밀러의 페미니즘 고전이다. 법, 제도, 경찰, 프로파일링, 전쟁, 혁명, 인종, 노예제, 대중문화, 정신분석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강간 관련 자료를 수집, 연구, 비판하는 책으로, 강간을 한 개인의 범죄 행위로 국한하기보다, 강간이라는 여성혐오적 범죄가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처리되는 전 과정을 문제 삼음으로써 남성연대라는 거미줄이 얼마나 촘촘하게 쳐져 있는지를 폭로한다.

저자는 타고난 신체적 구조로 언제든 남성에게 강간당할 수 있다는 공포야말로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게 만든 최초의 원인이라고 보면서, 강간이야말로 역사적으로 여성이 어떻게 의존적 존재가 됐고, 보호를 대가로 한 짝짓기에 의해 가축화됐는지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열쇠라고 이야기한다. 여성을 남성이 소유하는 재산으로 취급함으로써 강간이라는 범죄를 일종의 절도죄로 여겼던 관행은 그야말로 강간을 강간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었던 여성들의 비극을 상기한다.

법이 발전하면서 이런 관행은 사라졌지만, 남성들이 그들만의 관점으로 강간 사건을 멋대로 휘두르고 때론 조작하기까지 하는 일은 새로운 형식으로 계속해서 발명돼왔다고 이야기하면서 결국 강간은 일부 남성들이 정욕을 통제하지 못해 저지르는 범죄가 아니라,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약하고 자기방어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여성들을 정확히 목표로 삼아 저지르는 권력 범죄라고 강조한다.

강간에 관한 수많은 논의 끝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 반격이다. 남성적 가치관에 따라 주조된 말도 안 되는 억제책이나 조언을 거부하고, 직접 나서서 싸우는 여성이 되자는 것이다. 여성들이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강간 자체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는 싸우지 않고 남성의 말에 복종하는, 남성의 환상이 멋대로 만들어낸 그런 예쁜 수동성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싸우는 여성, 앞으로 싸울 여성들에게 맞서 싸우자는 의지를 깨워준다. 696쪽 | 3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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