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그룹간 갈등 진원 ‘두산엔진·STX엔진’ 주인 품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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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8-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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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박엔진 ‘빅3’중 2개사 PEF 품으로···조선업계 위기감 여전


두산그룹과 STX그룹의 갈등의 빌미를 제공했던 두산엔진과 STX엔진이 비슷한 시기에 주인(모 기업)의 품을 떠난다.

두 회사는 선박 기자재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엔진 부문에서 한국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데 공헌 했던 ‘빅3 기업’ 들이었다. 이들 기업들이 향후 해외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조선산업의 위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6일 국내 2위 선박엔진 업체인 두산엔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소시어스 웰투시 컨소시엄’이 선정된데 이어, 3위 업체인 STX엔진도 현재 서울회생법원에서 주도하는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STX엔진은 두산엔진 인수 본 입찰에서 낙마한 파인트리파트너스가 예비 인수자로 낙점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1위 현대중공업만 제외하면 두 개 업체가 모두 사모펀드(PEF)에 팔리게 된다. 만약 PEF가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높여 재매각을 추진할 경우, 중국 등 외국 업체들이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매각을 위한 마무리 협상을 진행하는 두산엔진의 경우, 두산중공업은 PEF가 제3자에 매각할 때 동일한 조건으로 먼저 인수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 조항 삽입과 관련해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산, STX 적대적 M&A 시도
두산엔진과 STX엔진은 두 그룹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기업이기도 하다.

두산엔진의 전신은 지난 1999년 정부의 5대그룹 사업교환(빅딜)에 따라 당시 공기업이었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엔진사업 부문이 통합돼 출범한 HSD엔진이다. 2004년 당시 두산은 HSD엔진을 통해 STX그룹의 모태인 (주)STX(구 쌍용중공업)의 지분을 대거 사들여 최대주주로 등극,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및 2005년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2007년 밥캣(현 두산밥캣) 인수 등을 통해 소비재 위주에서 중공업으로 사업구조 재편의 속도를 높여가던 두산이 (주)STX를 차지하면 사업 시너지가 클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은 STX그룹의 성장에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주)STX로 출발한 STX그룹도 그해 STX엔파코 설립 및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2002년 산업단지관리공단(당시 STX에너지, 현 GS E&R) 인수, 2004년 범양상선(당시 STX팬오션, 현 팬오션), 2005년 STX건설 설립, 2007년 야커야즈(당시 STX유럽) 인수 등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두 그룹이 성장하면 할수록 사업구조가 중복되는 면이 많았고, 특히 사세 확장의 핵심 전략으로 M&A를 내세우는 등 공통점이 많았다. 또한 경남 창원이라는 동일한 지역에 소재한 기업이기도 하다. (주)STX 적대적 M&A 시도는 국내 최장수 기업과 21세기 설립한 첫 대기업간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업계는 물론 국민들도 추이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2004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STX그룹은 (주)STX의 엔진사업 부문을 떼어내 STX엔진을 설립하면서 충돌은 마무리됐다. 아지만 이후 두 그룹은 오너 일가는 물론 임직원들도 등을 돌리는 등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했다.

이러한 역사가 있었기에, 두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PEF에 넘어갔다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반응이다.

◆빅3, 저속엔진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
선박의 심장이라 불리는 선박엔진은 2000년대에 들어 조선산업의 호황과 더불어 급성장했다. 전체 선박 수주금액 가운데 1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기자재다.

선박엔진은 저속엔진과 중속엔진으로 나뉘는데, 주로 대형선박에 쓰이는 저속엔진 시장은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술사(Licensor)로는 MAN(덴마크), WinGD(스위스), 미쓰비시중공업(일본) 등이 있으나, 세계 시장은 MAN 과 WinGD 엔진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엔진 제조사들은 이들 기술사로부터 원천 기술을 제공받아 엔진을 생산하는데, 현대중공업, 두산엔진, STX엔진이 선박용 대형 저속 디젤 엔진 시장에서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 시장에는 일본의 경우 미쓰이조선,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중공업 등 5개 주요 업체들이 자국시장 위주의 안정적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글로벌 조선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은 2000년 이후 조선산업 성장에 편승하여 다수의 엔진업체들이 시장에 진입, 한국 업체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중소형 선박 추진용 또는 대형선박의 보기용으로 사용되는 중속엔진 시장은 MAN, 핀란드 바르질라(Wartsila), 일본의 야마하(Yanmar), 다이하쓰(Daihatsu), 카와사키(Kawasaki), 미국의 캐터필라(Caterpillar) 및 한국의 현대중공업 등 다수의 기술사가 있으며, 이들 기술사들은 저속엔진과 달리 직접 중속엔진을 생산·판매, 엔진 메이커들의 시장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향후 해외기업 매각될 지 우려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지만, 모그룹에 조선업체가 없는 두산엔진과 STX엔진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조선시황 부진 및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과잉 등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모 기업이 회사를 매각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올해 들어 조선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회사의 가치는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민은 향후 2~3년 후다. 조선업황의 회복이 미비해 두 기업의 실적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거나, 반대로 업황이 나아져 수익성이 높아진다고 해도 PEF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과연 이들을 인수할 수 있는 국내기업이 있을지가 의문이며, 여차하면 중국 등 해외기업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빅3 체제가 와해될 수 밖에 없어 자칫 세계 선박엔진 시장 1위 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

선박엔진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 결정될 사안이기 때문에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새 주인을 맞이한 두 회사의 체력이 탄탄해진다면 오히려 높아진 경쟁력으로 시장 패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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