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이 경쟁력이다] 양창호 KMI 원장 “세계 흐름에 맞는 해운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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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7-12-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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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대선전문 금융기관 반드시 이뤄져야

  • 제2의 한진해운 사태 막기 위해 정부 역할과 책임이 강화 절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우리나라 해운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세계 6위 메이저 선사인 한진해운 파산은 국내해운업의 최대 위기인 동시에 주요 항만 물동량 감소, 무역에 의존하는 수많은 화주 물류경쟁력 저하 등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 사안이다. 특히 한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향후 이런 규모의 국적선사를 다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불황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은 지난해 8월 언론사 기고에서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양 원장은 침체된 해운업계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부도는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현주소를 말하고 있다. 양 원장도 한진해운 부도에 여러 원인이 있지만, 앞으로 제2의 해운사태를 방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한진해운 사태로 크게 축소된 국내 해운산업이 다시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우리나라가 해운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중요하다”며 “특히 글로벌 해운시장 흐름과 해운금융 도입 등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해운업, 내실 다지려면 ‘해운금융’이 해법

양 원장은 우리나라 해운업이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는 해운금융에 대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 등 외연 확대도 중요하지만, 뿌리부터 튼튼히 다져야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화주, 조선소가 함께 참여하는 대선전문기관 설립을 제안하고 있다. 양 원장이 내년 출범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누구보다 기대하는 이유다.

그는 “재무적 능력이나 신용도 등에 있어 국적선사들이 취약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선대를 대규모로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선박을 대량 발주하고, 인도 후에 이를 국적선사에 대선해 주는 ‘금융선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대선전문기관이 조속히 설립돼야 한다”고 견해를 내비쳤다.

해운금융의 환경개선도 병행돼야 할 과제로 꼽았다. 국내 해운금융이 제도권 금융, 특히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부분을 지적한 대목이다.

양 원장은 “제도권 금융은 불황기에 금융을 대폭 축소하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바젤Ⅲ, IFRS-16 등 회계기준 강화도 해운금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운공제조합 설립, ABS/ABL 등 운임채권 활용 등 대안금융 체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규제도 우리나라 해운업이 적극 대응해야 할 부분이다. 오는 2020년 시행되는 SOx 규제, BWMS 등 환경규제에 대해 국내 해운업계 대응이 늦은 감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운업은 국가기간산업···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때

한진해운 부도는 해운업계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앞으로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또 발생하면 우리나라 해운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에 대해 양 원장은 ‘정부 역할론’을 내세웠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 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이 채권단 입장만 고려해 추진될 경우, 국가기간산업 근간과 핵심역량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기업의 구조조정은 국가 경제 전반과 산업의 중요성,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기업파산 영향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파산 후 국가재정 투입이라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업계도 경영위기를 맞기 전에 선제적인 경영개선을 수립, 추진해야 하는 부분을 역할론에 담았다. 경영위기를 맞으면 관계부처 정책지원 이전에 스스로 회사를 살리려는 회생 의지가 수반돼야 정부 구조조정도 성공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국가기간산업이라 파산이 이뤄지기 전에 정부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강도 높은 자구책을 기본으로 정부 지원이 수반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점차 좋아지는 해운업···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

지난해 8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국내 해운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운임 상승에 따른 시황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등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최근 4분기 들어 계절적 요인으로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 선사들도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 양호한 영업실적을 보이는 것도 위안거리다.

양 원장은 “올해 국내 해운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지난 8월 현대상선·SM상선·고려해운·흥아해운 등 14개 선사로 구성된 한국해운연합(KSP)이 설립됐고, 내년 1월 컨소시엄 구축 이후 첫번째 운영 합리화 방안인 ‘항로 간 선복 합리화’가 시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국책은행 중심으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국내 선사들은 회사채 만기조정, 용선료 조정협상 등을 통해 유동성 관리를 강화했다.

우리나라 해운시장은 원양선사 파산으로 신뢰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새로운 노력을 통해 신뢰성을 회복해 가고 있다는 것이 양 원장의 판단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국내 해운산업 재건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양 원장은 “내년 중순 출범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선박 매입을 위한 보증 제공, 중고선박 매입과 재용선 등 금융지원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해운의 재도약을 위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공사 설립이 본격화되면 국내 해운업에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금융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간투자 변화 이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거는 기대감

해운업계는 내년에 출범할 한국해양진흥공사에 거는 기대감이 남다르다. 그동안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자금이 조달되던 선박시장에 민간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운업계는 정책금융기관 의존도가 높았다. 해운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민간 상업은행은 해운업을 위기업종으로 분류, 여신을 기피하는 현상도 이어졌다. 이는 해운업계의 선박투자와 유동성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양 원장은 “해운보증을 강화해 민간자본이 선박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설립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증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법안을 살펴보면, 제11조 2항에 ‘선박, 항만터미널 등 해운항만사업자가 해운항만업 관련 자산의 취득을 위해 차입하는 자금에 대한 채무보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M&A 펀드 조성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역사적으로 글로벌 선사들 대부분은 M&A를 통해 성장해 왔다는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양 원장은 “국내 정기 선사들도 선대 확대를 통한 성장 이외에 M&A를 통한 성장경로(growth route)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M&A 펀드 조성은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한국해양진흥공사 및 정책금융기관 등이 참여할 수 있으며, 사모펀드 유치나 민간투자자들의 참여를 통한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롭게 조명 받는 KSP··· 업계 구심점 잡았다

우리나라 해운업 경쟁력이 고무적인 부분 중 하나가 지난 8월 결성한 한국해운연합(KSP)이다. 최근 베트남 하이퐁 항로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업계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 원장은 급격한 구조조정 대신에 선사 간 협력과 조정을 통해 불황이 계속되는 해운시장에서 완만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데 의미가 크다는 반응이다.

또 국내 컨테이너 해운업계 모두 참여했다는 부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선사간 공동운항, 슬롯교환 등 자발적 협력은 꾸준히 이뤄졌지만, 전체 업계가 자발적으로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KSP가 동남아 항로 구조조정 성과를 넘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양 원장은 먼저 ‘비용합리화와 서비스 개선’을 내세웠다.

양 원장은 “KSP가 활동하는 동남아항로를 포함한 역내 시장에서 우리만의 힘으로 시장여건을 조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우리 선사 간 연합으로 비용합리화와 서비스 개선을 협력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력범위를 지금보다 낮게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며 “KSP 소규모 그룹이 △공동운항 △항로 합리화 △선박 대형화 △신규 노선 개설 등을 할 수 있도록 KSP 내에 협력방식과 참여선사의 수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사 간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준비도 이뤄져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지원책은 화주 물류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항로 또는 신규 항로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꼽았다.

그는 “선사들이 협력해서 생기는 여력으로 필수항로 또는 신규 항로를 운영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이런 보조금 정책은 일본에서도 하고 있다. 나아가 보조금 지원으로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 타당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1955년 ▲서울 출생 ▲연세대 생화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서강대 대학원 무역학 박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정책동향분석실장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한국공항공사 이사회 의장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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