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루살렘 선언 "러시아 게이트 넘어서는 논란"…외신 "말벌집 제대로 건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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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김근정 기자
입력 2017-12-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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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은 지지율과 정치적 위기 감안한 결정 분석…국제적 위기 불러올 수도

터키 이스탄불의 파티흐 모스크에서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터키와 요르단, 가자지구 등 아랍권 곳곳에서 격렬한 반미 시위가 벌어졌으며, 시위 현장에서는 '살인자 미국은 중동에서 떠나라', '이스라엘을 공격하라'는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사진=EPA연합뉴스]


전세계의 관심이 예루살렘에 쏠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이하 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인생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인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러시아 게이트를 넘어서는 예루살렘 게이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국내외에서 강력한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승부수는 트럼프에게 있어서는 국내 정치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러시아 정부와의 유착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시달려왔다. 최근 특검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기소한 뒤 트럼프 일가에도 수사의 칼날이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예루살렘 선언으로 모든 뉴스 헤드라인에서 러시아 스캔들은 사라졌다. 미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예루살렘 게이트가 러시아 게이트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35%에 달하는 낮은 지지율도 이번 선언에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지지세력의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기간 기독교 복음주의 및 친이스라엘 세력의 지지와 후원을 얻기 위해 내세웠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공약은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보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비롯한 보수적인 유대인연합 등은 즉각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CNN은 예루살렘 선언은 대선 공약이기도 했지만,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조치라고 다수 관측통을 인용해 전했다.

중동전문가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은) 국내정치가 국제정치를 뒤흔든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면서 "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의 우려와 반대는 물론 이슬람권 대부분과 척질 수 있는 위험마저 감수하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낮은 지지율과 러시아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계속되는 우려와 반발···외신 "트럼프의 위험한 조치 자충수 될 것"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간 지속됐던 미국의 외교정책이 완전히 뒤집히면서 전세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강국인 미국이 사실상 유대, 기독교 근본주의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비치는 이번 조치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국 주도로 진행되어온 평화 중재 노력 역시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조치는 아랍권을 넘어 미국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정치적 편향으로 인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평화협정은 더욱 난항을 겪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하게 될 경우 국제적 책임은 오롯이 미국에게 돌아오게 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이스라엘 국민과 자신의 국내 정치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유럽과 중동의 모든 중요 동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 역시 큰 부담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외교적 파괴행위"라면서 "누구에게도,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예루살렘의 지위문제는 항상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었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그 뇌관에 불을 붙였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7일 '트럼프, 말벌집 제대로 건드렸다···중동은 폭풍전야'라는 제하의 사평을 통해 트럼프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핵심 충돌지역"이라며 "이번 트럼프의 결정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이제 미국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갈등의 조정자가 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지금까지 기울여온 평화협상 중재의 노력에 마침표를 찍어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트럼프가 말벌집을 건드린 이유를 국제관계 측면에서 분석하기 어렵다"면서 "중동 정세 악화는 아랍·이슬람 세력은 물론 다수 세계인의 미국의 대한 불만과 증오를 높이고 테러리즘 리스크를 키우며 트럼프의 '경제에 모든 힘을 쏟겠다'는 공약 추진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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