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핀테크와 조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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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 초빙 논설위원·정보사회학 박사
입력 2017-10-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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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홍열 초빙 논설위원·정보사회학 박사]


최근 조폐공사와 관련한 흥미로운 뉴스 두 건이 나왔다. 하나는 조폐공사가 최근 5년간 해외사업 분야에서 43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는 부정적 내용이다. 실적 부진 이유로 조폐공사는 높은 고정비용과 해외시장의 축소, 경쟁 심화, 시장 가격 하락 등을 열거했다. 다 그럴 듯한 이유들이다. 특히 높은 고정비용은 쉽게 동의할 수 있다. 종이 화폐 사용이 계속 줄어들어도 제조 시설과 인력 등은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다른 하나는 조폐공사가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해 '블록체인 사업팀'을 신설했다는 내용이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 거래내역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일종의 분산 저장 기술이다. 조폐공사는 왜 소프트웨어의 일종인 블록체인 사업팀을 만들었을까?

조폐공사의 주요 목적은 은행권, 주화, 국채, 공채, 각종 유가증권 및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용할 특수제품을 제조하는 일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제품은 당연히 종이 화폐인 은행권이다. 한국은행의 정책과 방침에 따라 해마다 적절한 종이 화폐를 발행한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종이 화폐의 사용이 늘고 종이라는 재료의 속성상 분실과 훼손이 빈번해 조폐공사의 일거리는 끊이지 않았고, 이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돈이 필요 없는 사회가 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계속 돈이 도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돈이 계속 필요하다고 해도 종이 화폐와 주화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우선 주화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지난 5년간 동전 제조에 연평균 511억원이 들어갔고 훼손된 동전 폐기 비용으로 매년 100억원 이상 지출되고 있다.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가 되면 매년 6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 동전 없는 사회를 목표로 씨유(CU), 세븐일레븐, 위드미, 이마트, 롯데마트 등 5개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매장을 대상으로 현재 시범 사업 중에 있다. 물건을 산 뒤 남은 거스름 돈은 교통카드와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적립되고 나중에 물건을 사거나 지하철 요금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아직 홍보가 부족하고 시스템도 미비해서 부정적 여론이 일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주화가 아니라 종이 화폐에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종이 화폐의 사용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5만원권의 경우 발행만 되면 지하경제로 들어가는 등 회수율이 낮아 필요 이상으로 발행하지만, 전반적으로 종이 화폐의 발행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경제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는데, 실제 유통되는 종이 화폐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향후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Financial Technology)의 발달이 가속화하면서 규모 있는 금융거래를 포함 일상적 화폐 거래도 대부분 전자적으로 처리된다. 다양한 간편 결제 시스템들이 등장하면서 소액 금액 거래도 전자적으로 진행된다. 종이돈을 발행하는 조폐공사로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법에 명시된 조폐공사의 기본 목적, 즉 은행권 발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조폐공사법을 만들고 조폐공사를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된 은행권을 만들어 유통시키기 위해서다. 조폐공사는 정교한 기술을 활용해서 위조와 변조가 불가능한 종이 화폐를 만들어야 한다. 위조와 변조가 일어나면 은행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최종적으로 시장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다. 특수 용지에 특수 잉크, 최첨단 기술이 종이 화폐 하나하나에 활용되고 있는 이유다. 정상적인 화폐 유통을 위한 조폐공사의 이런 노력은 종이 화폐 사용이 축소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필요하다. 아니 오히려 그 필요성이 더 증가되고 있다.

종이 화폐의 경우 위·변조가 일어나도 발행 수량에 한계가 있고 피해 범위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전자적으로 거래되는 화폐 유통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은행 특정 계좌를 대상으로 해킹이 발생할 경우 짧은 시간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범인을 잡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해외에서 범죄가 시작되기 때문에 추적조차 쉽지 않다. 추적이 가능하다고 해도 국제 공조를 통한 수사가 쉽게 진행되기 힘들다. 그렇다고 방관할 수는 없다. 종이 화폐 위·변조를 막기 위해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전자적으로 유통되는 화폐의 보안을 위해서도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조폐공사가 '블록체인 사업팀'을 신설한 이유 중의 하나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 거래내역도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일종의 분산 저장 기술이다. 해킹을 위해서는 특정 계좌에 침입해야 하는데, 블록체인의 경우 모든 사람들에게 거래 내역이 공유돼 있어 기본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 아직은 블록체인이 일반 금융거래에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여러 곳에서 연구·개발 중이다.

모바일 상품권, 전자 화폐 등 응용할 부분이 많다. 조폐공사가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블록체인 응용 기술을 개발 중인 민간 기업들과 충돌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경쟁을 통해 더 나은 기술이 나오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화폐의 안전한 유통이다. 조폐공사의 신설 사업팀이 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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