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패물·車·집… 과도한 '신부값'에 등골휘는 중국 농촌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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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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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결혼할 때 남자가 예비 처가에 내는 '차이리(彩禮, 신부값)'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중국 농촌총각들이 결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전역이 성비불균형으로 미혼남성이 늘고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미혼남성 수가 미혼여성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신부값 현상이 더욱 심화되며 각종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영문으로 신부값(bride price)으로 번역되는 중국의 차이리는 신랑이 자신들의 결혼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신부 가족들에게 주는 일종의 결혼 비용을 말한다. 신부가 결혼할 때 신랑 측에 주는 지참금의 반대말로 통한다.

중국의 신부값 문화는 그 역사가 오래됐다. 1980년대 이후 개혁·개방 시기 신부값은 이불 한 채에서 3전1항(三轉一響·자전거, 시계, 재봉틀, 라디오)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요즘 중국 신부값은 기본인 10만 위안(약 1652만원)이상의 현금에 각종 패물, 자동차, 집까지 더해졌다. 양가가 분담하는 경우도 있으나, 중국 미혼남성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탓에 주로 신랑 쪽에서 부담한다.

중국 일부 농촌 지역에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남존여비' 사상으로 극심한 미혼여성 기근에 시달리고 있어 신부값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중국 농촌 지역의 신부값은 20만 위안(약 3306만원)정도로 일부 도시의 10배를 뛰어넘기도 한다.

지난해 중국 농촌 주민의 1인당 가처분소득이 1만2363위안(약 204만원), 빈곤지역 농촌 주민 1인당 평균 가처분 소득이 8452위안(약 14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큰 돈인 셈이다. 농촌 가정에서는 신부값을 마련하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넣고 빚까지 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중국 농촌총각들이 중국 여성과 결혼하기가 점점 까다로워지자 중국 내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국제 결혼의 다리를 놔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자는 많고 남자는 적은' 동남아 등 주변 국가의 여성과 중국의 남아도는 농촌총각들을 혼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수요를 악용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은 중국 농촌지역의 신붓감 부족 현상 등으로 중국으로 인신매매되는 베트남 여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총각에게 외국인 여성을 신부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 조직들은 중국과 국경을 접한 지역의 베트남 여성을 주 범행 대상으로 삼고 있다. 거래된 여성들은 몸값으로 1인당 8만 위안으로 중국 농촌 지역의 신부값보다 훨씬 값이 낮은 편이다. 

연간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베트남인이 인신매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정부의 2015년 조사 결과 인신매매 피해자의 약 85%가 여성과 어린이였다. 70%가량이 중국으로 팔려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인신매매 목적은 신붓감, 강제노역, 매춘 등 다양했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서도 비슷한 인신매매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런 시선 때문에 중국 농촌 총각들은 동남아 처녀들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더라도 '사기결혼'이나 '인신매매범' 소리가 두려워 몸을 사리기도 한다.

과도한 신부값·혼수 비용 때문에 결혼하고서 되려 빚에 쫓기거나 동남아 처녀를 인신매매하는 등 사건 사고가 발생하자 일부 지방 정부가 직접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허난성 푸양시 타이첸(台前)현 정부는 신부값 상한선을 6만 위안(1040만원)으로 정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한번 결혼식을 치르는데 30만∼40만 위안을 쓰며 전재산을 탕진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타이첸현의 이 지침은 올해부터 시행됐으며 결혼식 간소화도 요구하고 있다. 결혼식 피로연의 테이블(9∼12석)을 10개 이내로 제한하고 결혼 퍼레이드에 동원되는 자동차도 6대로 한정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중앙문명판공실도 허례허식의 배격과 낭비적인 관혼상제에 대한 반대를 요구하며 신부값 제지 기준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신부값이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키기 때문에 개선해야 하고, 정부의 개입에 찬성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최근 정부차원의 개입에 대해 "빗자루로 쓸지 않으면 먼지는 날라가지 않는다"며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인민일보는 "신부값 관습같은 악습을 청산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정신문명과 가치관을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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