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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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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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정치부 차장]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탄핵안 가결 이후 직무정지 직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경구가 스쳐 지나갔다.

권력에 대한 탐욕과 부정축재로 호사를 누려도 결국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빈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마치 종신 여왕이라도 된 듯 자신의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박근혜에게 한나라당은 '나의 당', 한국은 아버지가 만든 '나의 나라', 국민은 아버지가 긍휼히 여긴 '나의 국민', 청와대는 '나의 집', 그리고 대통령은 '가업'"이라고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헌재 판결까지 담담하게 가겠다”고 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청와대 관저 칩거 생활을 할망정, 절대로 손에 쥔 권력은 내려놓지 않겠다는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absolute power absolutely corrupts)." 19세기 영국의 정치인, 역사가 존 달버그의 말이다.

박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 헌정 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이자, 국민과 국회의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이 가결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탄핵소추안에는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를 통한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을 통해 헌법상 국민주권주의ㆍ대의제 민주주의ㆍ법치주의 등 헌법의 핵심원리를 위반하는 등 헌법 10여개 조항 이상을 위반했다고 적시됐고, 강요죄와 뇌물죄 등 형사책임이 명시됐다.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취임한지 4년여 만에 '무능'․ '불통‘․ ’부패‘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박 대통령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은 입만 열면 억울하다는 말뿐이고, 내놓을 수 있는 답도 없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16일은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이니 관저에서 쉬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니 304명의 국민을 구하지 못한 것은 당연히 일선 해양경찰의 잘못이다.’

‘40년 곁을 지켜온 수족이자 시녀나 다름없던 최순실에게 연설문 표현 정도 자문했을 뿐인데, 최순실이 호가호위하며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 측근 관리를 소홀한 것은 내 불찰이지만, 결코 비선에 의존하지는 않았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위해 꼭 필요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대기업의 선의를 받았을 뿐이다.’

관저에서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을 박 대통령의 머릿 속은 이런 해명들로 가득차 있지는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

집권 4년 동안 자신의 무능과 몰양심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흘린 피눈물은 진정 보이지 않는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국격과 국민의 피땀으로 일궈낸 민주주의가 하루 아침에 무너져 버린 절망은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은 자신의 과오에 대해 책임지는 쪽을 선택한다.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 말라. 더 이상 나라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지 말라.’ 이것이 추운 겨울날에도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든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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