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덕혜옹주’ 손예진, 망설이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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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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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의 주인공 손예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손예진(35)은 망설이지 않는다. 영화 ‘클래식’을 지나 ‘작업의 정석’, ‘해적’, ‘비밀은 없다’에 이르기까지. 그는 결코 머뭇거리거나 망설이는 법이 없었다. 거침없는 걸음에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그의 작품이며 이름 앞에는 ‘변신’, ‘경신’ 등 멋들어진 수식어들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그는 ‘덕혜옹주’를 만나게 되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실재 인물을 연기하는 법이나 비극적 역사를 눌러 담은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충분히 압박을 느낄 만한 요소였다. 그런데도, 손예진은 망설이지 않았고 그리하여,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나게 되었다.

8월 3일 개봉한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감독·제작 호필름·제공 디씨지플러스·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손예진은 고종황제의 외동딸 덕혜옹주 역을 맡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만 13세의 나이로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나게 되는 인물이다. 데뷔 16년 차, 손예진이지만 실재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거기에 덕혜옹주라는 인물은 부담과 동시에 강렬한 끌림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였다.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나게 된 손예진과 깊은 대화를 나눠보았다.

영화 '덕혜옹주'의 주인공 손예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관객들과 두 번째 인사를 나누게 됐다. 그것도 극과 극의 얼굴로
-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 사실 ‘비밀은 없다’는 찍은 지 꽤 됐고 개봉이 1년 가까이 늦어지게 된 거다. ‘덕혜옹주’는 올해 초 촬영이 끝났던 거고. 시기적으로 촬영이 겹치지는 않았는데 개봉이 겹치게 되며 관객들이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만나게 된 거다. 좋을 수도 있고,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다. 관객들이 보기에 따라서 다른 것 같다.

늘 손예진의 작품에는 ‘인생 작품’, ‘인생 캐릭터’라는 수식이 붙는 것 같다
- ‘비밀은 없다’도 제가 해보지 않았던 강렬한 캐릭터다 보니 관객분들이 제게 다른 모습을 봐주신 것 같다. 그런데 한 달 사이에 묵직한 ‘덕혜옹주’가 나오다 보니. 하하하. 그래도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걱정이 많은데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원작과는 많은 부분이 다른 것 같다
- 시나리오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덕혜옹주 이야기지만 어떤 식으로 하는지에 따라 너무도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캐스팅되고 난 뒤에도 시나리오, 상황, 대사들 보면서 많은 상의를 했다.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
- 망명 작전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건 실제로 있던 것을 모티브로 했다. 덕혜옹주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볼거리에 규모도 커지고. 영화적 재미를 맞추면서 그의 인생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 안 되니까. 조율하는 게 힘들었다.

영화 '덕혜옹주'의 주인공 손예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작의 팬이라고 들었다. 원작 소설을 읽고 꼭 연기해보고 싶었던 장면이 있었나?
- 사실 원작 소설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고했다. 다큐멘터리나 덕혜옹주의 일화에서 한 인간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의 외로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상복도 입지 못했던 서글픔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이다. 비극적인 상황들이 너무도 많았지만 그걸 다 보여주지는 못했다. 자칫 너무 무겁고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일대기를 다 보여주기보다는 이 영화를 보고 많은 분이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들기를 바랐다.

원작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덕혜옹주의 의상 등,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는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던 것 같다
- 그 부분에서도 많은 상의가 있었다. 덕혜옹주의 의상에 대한 부분이다. 시대물이지만 지금 유행하는 옷들도 많이 보이더라. 하지만 화려해 보이고 싶지는 않았고 특히 마지막 덕혜옹주가 귀국하는 모습은 완벽히 맞추고 싶었다. (김)소현이가 기모노를 입고 떠나는 모습도 고증하려고 노력한 부분이다.

극 중 덕혜는 장한을 많이 의지하지 않나. 박해일과의 호흡 또한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 같다
- 장한이라는 역을 박해일이 해줘서 고맙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실 예전부터 같이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각자 다른 길을 선택했던 것 같다. 하하하. 박해일이라는 배우는 그 시대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그 느낌이나 그가 가진 다양성, 순수한 진정성 같은 것이. 장한이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덕혜를 지켜주는 인물이다. 보호받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고마움이 컸던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그랬을까?
- 해일 오빠가 저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신도 더 많았고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총격전이 꽤 셌다. 힘들었을 텐데도 끝까지 저를 챙겨주는 모습이 그랬던 것 같다. 연기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해변가 신에서는 감정 연기를 위대 카메라가 비추지 않아도 오빠더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존재와 상관없이 스스로 연기하면서 감정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해일 오빠의 눈을 보며 감정을 잡았던 게 더 많았다.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그 마음을 계속 내게 준 것 같다.

영화 '덕혜옹주'의 주인공 손예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감정 몰입에서 음악을 듣기도 한다던데
- 그건 영화 ‘클래식’을 할 때부터였다. 누군가는 내게 박태환 선수가 시합 직전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마음이냐고 하던데. 하하하. 그런 마음까지는 모르겠고 집중하기가 좋더라. 영화에 맞는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을 잡는다. 이번에는 나윤선 씨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사의 찬미’나 ‘새노야’ 등 옛날 노래들을 많이 들었다. 우리 영화랑 참 잘 맞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노인 분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 감독님은 노인 분장에 많은 걱정을 하셨는데 저는 20대 연기가 더 걱정이었다. 사실 제 첫 등장은 18살이어야 하는데 그건 좀…. 하하하. 노인분장에 대한 걱정 없는데 감독님은 감독님의 시선이 있으니까.

첫 노인 분장이었는데 어땠나?
- 다들 걱정하시더라. 실리콘 붙이지 않는 선에서의 나이 든 모습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어려웠다. 최대한 실리콘은 피하자고 했다. 검버섯이나 주름을 표현하는 것에 많은 노력이 있었다. 특히 덕혜가 귀국하는 장면은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덕혜옹주가 50대였는데 그건 정말 분장하기가 어렵더라.

이번 작품에 10억을 투자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커 보인다
- 저 이전에도 배우들이 작품에 출연료를 투자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었다. 이번 작품의 경우에는 저희가 제작하는 과정, 투자받는 과정에서 난항이 있었고 시대극인 터라 시간과 품이 많이 들었다. 시간을 할애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스케줄이 빡빡해지거나 크게 찍고 싶은 게 작아지거나 하는 것들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또 촬영하면서 너무 잘 될 것 같아서 투자하게 된 거다. 찍으면서 ‘손해 보지 않겠는데?’하는 마음이 들어 회사랑 이야기했다.

영화 '덕혜옹주'의 주인공 손예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덕혜옹주’는 손예진에게 어떤 의미인가
-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인물 연기했다는 것, 일대기라는 것. 그게 저에게는 큰 의미인 것 같다. 찍으면서 애정이 많이 간 건 사실이다. 실제로 있었던 인물이니까. 내 것이 아니라 그 인물에 가깝게 다가가고 전달해야 하는 중간자적 입장이라 힘들었다. 굉장히 달랐다. 그래서 영화를 보며 울 수도 있었다. 제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이상한 울컥함이 있었다. 찍으면서도 마음 아팠고 울컥, 울컥하는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데뷔 16년 차다. 쉼 없이 달려왔다는 생각도 든다
- 저도 좀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말해놓고 또 금세 다른 작품을 할지도 모른다. 하하하. 가끔 작품을 하면서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진짜 쉬어야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몇 개월 쉬다 보면 또 시나리오를 읽곤 하더라. 기간을 정해놓고 싶지는 않다. 마음에 들면 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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