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지상파 재송신료 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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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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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상임변호사]
 

2009년부터 지루하게 이어온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를 비롯한 유료방송업계 간의 법적 공방이 전환기를 맞게 됐다.

최근 울산 민영방송사인 UBC와 SBS가 JCN울산방송(케이블TV방송사)을 상대로 가입자당 280원에 해당하는 재전송료를 요구한 소송이 기각된 것이다. 소송에서 UBC와 SBS는 “가입자당 월 280원은 지상파방송 동시 재송신에 대해 업계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이용료 즉, 통상이용료”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터넷 기반의 결합상품으로 구성된 IPTV와 TV 시청기반의 케이블TV 방송은 상당 부분 차이가 있는 점과 IPTV에 주고 있는 CPS 280원은 초상권 등 기타 제반 권리문제 해결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동시 재송신의 대가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특히, 가입자당 280원이라는 기준금액의 계산식이 각 IPTV 업체마다 차이가 있는 점 등을 볼 때 이는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기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통상이용료란 침해자가 침해행위를 하지 않고 애초에 권리자로부터 이용을 허락받았을 경우 해당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대가를 말한다. 예컨대, 서적의 경우 인세를 기준으로 통상이용료를 산정하는 것 등을 말한다.

이번 판결로 인해 최근 들어 지상파 방송이 재전송료로 유료방송업계에 280원에서 430원으로의 대폭의 인상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행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280원 조차도 통상이용료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430원으로 대폭의 인상 요구는 명분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판시가 있었다. 위와 같이 통상이용료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판결이 흥미롭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케이블TV방송사들의 지상파 동시재송신은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된 방송사업의 일환이었던 점”에 주목했다. 또한 지상파가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2009년부터 저작권 침해에 대한 법적 문제를 제기한 점도 손해액 인정이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결정적으로 UBC와 SBS는 케이블방송사인 JCN에 방송송출비용에 해당하는 부당이득에 대한 반환의무가 인정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지상파 방송의 손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케이블TV가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 송출을 위해 들어간 제반 비용과 노력을 법원이 인정해준 의미 있는 판결인 것이다.

이번 판결을 근거로 지상파방송사가 방송 송출비용에 대해 얻은 이익을 향후 항소심에서 따져볼 여지도 생긴 것이다. 현재 지상파는 케이블TV방송사들에 대해 여러 건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그러나 위 판결을 근거로 가입자당 280원은 통상이용료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 법원이 지상파방송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번 판결로 280원에 대한 근거가 인정받지 못했고 오히려 케이블방송사의 송출비용에 대한 지상파의 부당이득이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지상파 재송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최근 정부가 중재에 나서 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자들을 논의의 자리로 끌어모은 것은 시의 적절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콘텐츠 제값 받기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방송 산업 발전을 위해 유료방송 업계와 머리를 맞대는 자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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