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채널고정] 마지막회 앞둔 '풍문으로 들었소' 무엇을 남겼나…재벌가의 드라마적 속살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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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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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SBS '풍문으로 들었소' ]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PD가 드라마 JTBC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4)를 거쳐 2일 종영하는 SBS ‘풍문으로 들었소’까지 연이어 내놓자 방송가는 위의 작품을 지칭하기 위해 ‘갑을 드라마’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새 장르로 대우해줬다. 그도 그럴 만 한 것이 갑의 허례허식과 을의 비열한 욕망을 파고드는 정성주 작가의 집요함과 안판석 PD의 탁월한 캐스팅과 수려한 연출력의 시너지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아내의 자격’은 “내 자식만은 세상의 갑이 되기”를 원하며 사교육을 위해 강남에 입성한 중산층 부부를 통해, ‘밀회’는 상류층인 줄 알았지만 실은 허울 좋은 노예였던 중년 여성과 상류층의 위선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의 불륜을 통해 갑과 을을 관찰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조금 더 노골적이다. 초일류 집안 아들 한인상(이준)과 서민 가정 딸 서봄(고아성)의 혼전 임신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한 채로 계급 상승에 대한 을의 욕망과 초상류층의 이중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드라마 전반에 짙게 깔린 블랙 코미디는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현미경 쯤 된다. “오직 일류대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야”라고 말하는 자신에 자아도취 하다가도 “요즘은 직급이니 재산이니 뭐니 해서 죄다 에스컬레이팅돼서 도무지 변별이 안 된다”며 몸서리를 치는 한정호와 유명 역술을 소개해달라는 친구에게 “법리를 다루는 집안에서 어떻게 미신을 믿느냐”며 고상을 떨더니만 이내 갖고 있던 부적을 들켜버리는 최연희의 모순적 대사는 상류층의 이중성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갑만이 아니다. 거대한 시댁에도 기죽는 법이 없이 자존심을 지켰던 서봄이라 갑질에 재미를 붙여가는 그의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다. 사돈의 경제력에 기대기 시작하는 서봄 식구들의 모습은 비겁한 속물근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을 중의 갑을 꿈꾸는 양 비서(길해연)는 상류층에 손가락질과 선망을 동시에 보내는 서민의 모순을 보여주면서 을과 갑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나눴던 여타의 드라마와는 길을 달리한다.

불확실한 미래와 신념 사이에서 충돌하는 인상과 봄은 어떤 선택을 할까? 새로운 갑 혹은 새로운 을의 모습을 풍문으로라도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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