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르포-충청] 이완구 대망론 “됐어유”…차기 대권 “반기문 좋고, 안희정도 좋은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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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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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정부 3년차 민심 풍향계] ③충청, 이완구 총리에 냉랭…차기 대권 “한 번은 해야 안되겠는겨”

아주경제(대전) 석유선 기자 = “이완구 총리요? 됐어유. 충청 사람이라고 마냥 좋겠는겨, 처음에 괜찮은 줄 알았는데 청문회 때 보니 영 아니드만. 우리 지역 사람이라고 무조건 감싸던 시대는 지났지, 우리가 바본줄 아는겨”

봄을 재촉하는 촉촉한 비가 내린 26일 오전의 대전역 광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민식(49·남)씨는 ‘이완구 대망론’에 대해 정색하며 손사래를 쳤다.

최근 이완구 총리 인준에 앞서 충청지역 곳곳에서 ‘충청 총리 낙마되면, 다음 총선 대선 두고 보자’는 현수막이 걸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이었다.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지난달 26일 대전의 번화가인 중앙로 은행동 일대를 찾았다. 이완구 총리에 대한 '충청 대망론'은 시들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돼 있었다.[사진=석유선 기자 stone@]


박씨는 그 현수막에 대해서도 “무슨 협박을 그렇게 하는지, 스스로 충청도 핫바지 논란만 다시 일으킨 꼴 아닌겨, 충청도 사람이라고 무조건 충청도 찍으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충청은 사통팔달의 대한민국 중심부다. 그럼에도 이곳은 늘 권력의 중심부에서는 멀었다. ‘삼김(三金) 시대’의 한 축을 차지했지만, 언제나 ‘만년 2인자’였던 김종필(JP) 전 총리를 상기하는 탓일까. 이완구 총리 취임에도 지역 민심은 시큰둥하다 못해 냉소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이 총리가 여당 원내대표도 하고 사람은 잘났지, 그런데 차기 대통령감은 아니지유. 자식 병역도 그렇고 본인도 군대 안갔잖아유. 그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슈. 총리 되서 이제부터 하는 거 지켜봐야쥬”

대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다는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만난 자영업자 이현구(70·남)씨는 이 총리는 큰 인물이 못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실제로 지난 2월13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적합도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1%가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고 ‘적합하다’는 의견은 29%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은 30%였다. 주목할 대목은 이 후보자의 정치적 기반이자 고향인 대전·충청에서조차 이 총리에 대해 ‘부적합’ 의견이 38%를 차지, ‘적합’ 의견(33%)보다 더 높았다는 점이다.

반면 대전·충청만 보면 리얼미터의 2월 11일 조사에선 33.2%에 불과했던 적합 의견이 12일 66.1%, 13일 65.2%로 약 두 배 급증했다. 10~11일 사이 인사청문회에 야권의 집중포화로 이 총리 낙마를 염려한 충청권 민심이 급격히 결집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전에서 가장 번화한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서 3.1절을 맞아 태극기 게양 캠페인에 참여한 엄수현(60·여)씨는 “충청 지역에서 총리가 나온 것은 반길 만한 일”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년간 고생했는데 남은 3년을 충청 총리가 잘 보필해줬으면 한다”며 이 총리를 응원했다.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지난달 26일 대전충청 지역 민심탐방을 위해 대전 중심가인 은행동 중앙로 거리를 찾았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전 번화가인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서 3.1절을 맞아 태극기 게양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사진=석유선 기자 stone@]


그동안 정치권의 변방으로 치부됐던 충청은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논란으로 정치권의 중심부를 차지했고, 이제 총선과 대선에서 충청은 명실상부 ‘캐스팅보트(Casting Vote : 의결에서 가부가 동수인 경우 의장이 가지는 결정권이란 뜻으로, 선거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체의 의미)’로 올라섰다. 실제 18대 대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총 득표율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3.6%포인트로 근소하게 졌지만 충청권에서는 9.3%포인트나 크게 밀렸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대전·충청 민심은 이제 어디로 향해 있을까. 많은 이들은 충청 대망론을 여권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고 있는 듯 보였다. 이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 박 전 대통령처럼 경제를 살릴 것이란 기대가 실망감으로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대전 최대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에서 2대째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한한이(45·여)씨는 “누가 대통령 되던 뭐가 달라지는겨. 서민들 살기는 예전보다 못하고 그러네유. 박정희 대통령 땜에 기대했는데 박근혜 대통령 되고 나서 경제가 나아지는 건 없고 오히려 세금만 올리고 말이쥬”라고 얼어붙은 경기를 토로했다.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지난달 26일 대전의 최대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을 찾았다. 이완구 총리에 대한 '충청 대망론'은 시들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돼 있었다[사진=석유선 기자 stone@]


이제는 정치원로가 되버린 JP의 한 때문인지 “차기 대권, 충청이 한 번은 잡아야 한다”는 여론은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로 향했다.

충청지역에서 줄곧 나고 자랐다는 택시기사 유현봉(63·남)씨는 “JP가 만년 2인자였잖유. 그거 진짜 아픈 거라, 우리한테는. 그동안 영호남에서 돌아가면서 계속 대통령 해먹었으니 이제 한 번은 할 때가 된겨. 반기문 총장 인품도 좋고 국제기구를 지휘한 역량도 있고 그 정도면 훌륭해. 반 총장이 그간 충청 2인자 설움 씻어 내줬으면 싶은겨”라며 지지를 보냈다.

대전 중앙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직장인 김준기(34·남)씨는 “젊은층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요. 이완구 총리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지만, 총리가 뭐 힘이 있나요. 그런 점에서 반기문 총장이나 안희정 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죠. 사실 저는 안희정 지사가 잘할 꺼라 믿어요. 젊은층에서는 확실히 선호도가 높아요”라고 말했다.

앞서 만난 한씨 역시“사실 서민들 살기는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 때가 좋았쥬. 그 양반 진짜 서민 대통령이었다 싶네유. 아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 모시던 안희정 지사도 참 좋은겨. 일도 잘하고 똑똑하고. 그동안 일한 거 보면 안 지사가 (대통령 되면) 잘할 거 같은겨. 물론 당선 되면 어찌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좋은겨”

대전일보가 2월 12일 발표한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대전·세종·충남지역의 가장 기대가 가장 큰 충청의 인물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29.8%, 안희정 충남지사 27%, 이완구 총리 18.1% 순으로 나타났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반 사무총장이 22.8%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 총리와 안 지사는 각각 9.9%와 8.0%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12.8%)와 박원순 서울시장(10.4%)과 함께 오차범위내 2위 그룹을 형성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5%, 안철수 의원 3%,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1.7% 등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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