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미투 전쟁 … 원조 개발업체는 ‘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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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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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팔도의 '불낙볶음면']


[코카콜아의 '암바사'와 롯데칠성의 '밀키스']

아주경제 전운 기자 = 식품업계의 '베끼기' 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경쟁사의 히트 상품을 따라서 출시하는 '미투(me too)' 마케팅이 수십년간 계속돼 오더니, 이제는 아예 업계의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미투 제품이 원조 제품을 뛰어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 연출되자 감정싸움으로 시작된 기업 간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며, 식품업계의 내홍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해묵은 '미투' 전쟁 여전

선도제품을 내놓은 업체의 입장에서 미투 제품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한다는 신념으로 마케팅활동을 펼쳐 성공을 거뒀지만, 꿀맛같은 과실을 '얄미운' 미투 제품과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제품의 공급량이 늘어나면 수익성도 악화된다.

때문에 미투 제품으로 인한 분쟁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닌, 수십년간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오고 있다.

우유 탄산음료의 대표 주자는 롯데칠성의 '밀키스'와 코카콜라의 '암바사'다. 먼저 출시된 제품은 암바사로 원조라고 할 수 있다.

1984년 시장에 나온 이 제품은 당시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에 밀려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이에 롯데칠성은 5년 후인 1989년에 암바사를 닮은 '밀키스'를 출시했다.

밀키스는 1994년에 암바사를 1위 자리에서 끌어 내리고 우유 탄산음료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지켰다. 시장점유율도 밀키스가 70%, 암바사가 16% 수준에 머물고 있다. 

헛개 음료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 시장은 CJ헬스케어의 '컨디션 헛개수'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광동제약이 '힘찬 하루 헛개차'를 먼저 내놨지만 근소한 차이로 CJ헬스케어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초코파이 상표권을 놓고 혈투를 벌였던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해외에서 1등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초코파이의 강자인 오리온은 중국·베트남 등에서, 롯데제과는 인도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동서식품이 원두스틱커피 '카누'를 내놓자, 남양유업은 이름까지 흡사한 '루카'를 출시해 양사 간 감정 싸움은 현재 극으로 치닫은 상태다. 

최근에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대박을 터뜨리자, 농심 등 타 제과업체들이 비슷한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미투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 감정 싸움이 법정 공방까지

매일유업은 지난 4월 서울우유가 커피음료인 '바리스타즈 카페라떼'를 출시하자 상표권 침해라며 1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매일유업은 2008년 '바리스타(BARISTAR)'와 '카페라떼 바리스타' 상표를 등록했다.

이에 서울우유는 자사 제품은 '우유의 한 종류'라기 보다는 '커피의 한 종류'로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하지 않고 한 가지 색상만을 사용해 특이하지 않은 서체로 평범하게 표기했다고 맞서며 법적 공방을 펼쳤다.

이처럼 미투 제품으로 인한 법적 공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을 팔도가 베껴 '불낙볶음면'을 출시했다며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제품 이름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비슷해 소비자가 오인해 구입, 불만이 크게 늘었다는 게 삼양식품 측의 주장이다.

수년년 전에도 롯데와 오리온은 '자일리톨 껌'으로, 남양유업과 빙그레는 우유 명칭을 놓고 법정에서 갑론을박을 벌인 바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개발 비용 들여 신제품을 출시했는 데 경쟁사가 똑같은 제품을 곧바로 내놓으면 어느 업체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제품 개발 하겠냐"며 "매번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베끼기 경쟁이 도를 넘는 경우도 있어 업계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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