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여야, 구호탄랑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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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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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병욱 기자 = 두 세력 간의 갈등과 반목을 유발하는 효과적인 계략 가운데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구호탄랑지계(驅虎呑狼之計, 호랑이를 몰아 이리를 잡는 계책)’가 있다. 유비와 여포가 동맹을 맺고 함께 서주를 지켜내자 조조의 책사 순욱이 둘을 갈라놓기 위해 마련한 계책으로, 결국 둘을 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현재 국내 정치권은 누군가가 파놓은 구호탄랑의 함정에 빠져버린 듯한 모습이다.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국에 여야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하나의 현안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면서 이념 대립, 나아가 국론 분열까지 야기하는 실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문제로 여야가 충돌했고, 기획재정위원회는 야권 인사들에 대한 비방글을 올려 논란이 된 한국투자공사(KIC) 안홍철 사장의 해임 문제로 멈춰서 있다. 파주와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에서 날아온 것인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으며, 2010년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의견 분열도 여전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대통합’ 공약이 무색할 지경이다.

반면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으로 촉발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비롯해 기초연금 지급, 개인정보 유출 방지대책 마련 등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 와중에 “내가 진짜 민생정당, 너는 발목 잡는 정당”이라며 싸우는 여야의 모습은 코미디 그 자체다.

4월 임시국회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부디 여야가 구호탄랑의 함정에서 벗어나 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민생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 아울러 구호탄랑지계로 이득을 본 건 유비도, 여포도 아니라 조조였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대립과 분열은 남 좋은 일만 시킬 뿐 자신들에게는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 ‘치킨 게임’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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