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제주땅 사는 中화가들과 국제예술특구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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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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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미술평론가
지난 19일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중국 현대미술 대표 화가 펑정지에 초대전이 개막했다. 이날 개막식장에는 국내미술애호가뿐만 아니라 펑정지에 중국 친구 70여명이 전세기를 타고 날아와 객석을 가득메워 눈길을 끌었다. 마치 집들이나 결혼식같은 ‘잔칫날’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펑정지에가 제주에서 중국인 작가로 처음으로 전시를 연 것보다 그가 제주도에 작업실을 지었다는 의미가 더 컸다.

대부분 중국에서 화가로 활동하는 친구들은 펑정지에의 제주 작업실을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이미 몇몇의 친구들은 펑정지에처럼 작업실을 짓기위해 제주 땅을 매입하기도 했다. 또 개막식에 온 다른 지인들은 제주의 땅을 알아보기위해 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펑정지에가 제주도에 작업실을 짓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전이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중국인들에게 무비자와 50만달러 이상 휴양 체류 시설을 매입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제도 덕분이었다.

중국 작가들이 왜 제주에 땅을 사고 작업실을 짓는 것일까?. 토지 사유화가 금지된 중국과 달리 제주는 ‘내 땅에 내 집’을 지을수 있다. 거부가 된 중국 화가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제주 저지리 예술인마을에 땅을 매입하고 해외작가 1호로 기록된 중국 스타작가 펑정지에의 행보는 다른 중국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베이징 싱가포르 쓰촨 등에 거대한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그가 제주도에 작업실을 지었다는 소식은 중국화가들에게 제주도로 눈길을 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모그현상이 지속되며 공기가 나빠지고 있는 베이징과 달리 제주는 공기와 풍광이 좋아 가족의 별장이나 작업실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펑정지에가 제주에 작업실을 짓고 전시를 하게 된 배경에는 아시아예술경영협의회가 있다. 아시아 주요 국가의 예술분야 구성원이 모여 문화를 중심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민간주도 협의체다. 중국 사업가들의 ‘제주 러시’로 ‘제주땅이 중국땅이 된다’는 우려를 씻고 예술가들로 문화벨트를 잇겠다는 협의회는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 인도 등의 예술가들의 거점을 제주에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아시아예술경영협의회의는 베이징 798같은 국제예술특구를 조성한다고 발표해 제주를 일본 ‘예술의 섬’으로 유명해진 나오시마를 꿈꾸게 하고 있다. 국제예술특구에는 작가들의 작업실뿐만 아니라 갤러리 타운도 조성한 미술 분야를 중심으로 하되, 점차 문화전반의 관련 예술분야와 연계해 장르를 확장한다는 계획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이미 내년도 중국작가들의 제주 전시가 확정됐고 국제예술특구에도 중국 작가들의 참여의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제화 시대의 한복판에 서있다. 무한경쟁 시대의 생존력은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지니는 것이다. 그 새로운 대안이 곧 문화경쟁력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유일의 특별자치도 겸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는 제주도에서 아시아의 문화 혹은 문화산업의 트렌드를 이끌어갈 중심 거점이 태동하고 있다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중국 화가들의 제주 이전과 아시아미술을 제주로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아시아예술경영협의회와 제주 국제예술특구 조성의 역할과 성과가 과연 우리나라 문화경쟁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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