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 증액 계획이 의회 내 반발에 부딪히면서 미 국방부가 당초 목표보다 4000억 달러(약 525조원) 적은 예산을 전제로 내부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의회 세출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1조5000억 달러(약 2007조원) 대신 1조1000억 달러(약 1472조원) 규모의 국방예산을 전제로 예산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무기 비축량 확대와 대규모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Golden Dome)', 핵추진 전함 건조 등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5000억 달러의 국방예산 편성을 추진해 왔다.
구체적으로 기본 국방예산 1조1500억 달러에 공화당 주도의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3500억 달러를 추가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예산조정 절차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상원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도 공화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커지면서 예산 확보에 제동이 걸렸다. 상원 공화당 지도부는 예산조정 법안 통과에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경고했으며, 하원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과 국방비 증액에 소극적인 태도에 반발하며 법안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국방부는 예산 축소에 대비해 주요 국방사업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있다. 한 전직 당국자는 "국방부 관계자 중 누구도 1조5000억 달러에 근접하는 예산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이미 더 적은 예산을 전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예산이 줄어들 경우 신규 무기체계 도입과 방산업체와의 계약 체결은 물론 기존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소진된 미군의 무기 재고를 보충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방부의 최근 추산에 따르면 이란 전쟁 관련 비용은 최소 470억 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290억 달러가 핵심 탄약과 무기 재고를 보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예산 확보가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대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이달 "우리는 실패를 전제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의회가 예산안을 지지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대체 자금조달 계획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예산 증액 계획의 향방은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이후 연말까지 의회의 실제 입법 활동 기간이 5주도 채 남지 않은 데다 민주당이 상원이나 하원 중 한 곳이라도 장악하면 공화당의 예산안 처리에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직 당국자는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국방 문제와 관련한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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