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 국경선에서 대남 확성기를 가동하겠다고 예고한 10월 말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접경 일대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정부가 제안한 남북 군사회담에는 응답하지 않는 가운데, 탄도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면서 긴장 국면을 심화시키는 상황이다. 남북 군사 소통선이 완전히 끊긴 상태에서 확성기 방송이 시작될 경우 양측의 맞대응이 우발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 신호나 '새로운 대응 수단'으로 언급한 신형 무기의 접경 지역 배치 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 역시 이날 기준 북한의 확성기 방송 재개 움직임이나 접경 지역의 특이 동향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21일 담화를 통해 "10월 중으로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에는 확성기가 수일 안에 '임무 수행 대기 상태'에 진입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군 당국이 공개한 최신 동향도 일상적인 정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지난 27일 북한 확성기와 관련해 "담화 이전에도 일상적 정비 동향을 식별하고 있었다"며 "지금도 그 상황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2일 김 총무부장의 담화를 마지막으로 일주일째 별도의 대남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23일 군사분계선(MDL) 위치 상호 확인과 군통신선 복원, 접경지역 우발충돌 방지를 논의할 군사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통한 긴장 분위기 조성을 이어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십여 기를 발사했다. 지난 12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17일 만에 재차 미사일 도발을 이어간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북한군이 황해도 개풍군 일대에서 구형 자주포를 이례적으로 밖으로 노출하는 등 접경 지역의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자신들이 제시한 대남 확성기 재개 시한을 앞두고 군사적 도발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여, 접경에서의 긴장 국면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북한의 실제 행동 여부를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이 확성기를 가동하면 '비례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대응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통일부는 확성기 방송 형태의 맞대응 재연을 경계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확성기 재개 시의 대응 수위를 놓고, 여전히 부처 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군사적 긴장 고조가 이어지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피로감과 불안도 커지고 있다. 파주 통일촌·해마루촌 주민들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당국에 확성기 방송 중단을 촉구했다. 강화군도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 차원의 공동성명이나 정부 건의문 채택을 제안했다. 북한이 실제 방송에 나서고 우리 군도 비례적 대응에 나설 경우, 지난해 6월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남북 확성기 대치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최근 군사분계선 일대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북한에 군사회담 호응을 촉구한 바 있다. 정 장관은 남북이 대화를 통해 MDL에 대한 입장을 일치시키고 평화적 관리를 위한 소통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범철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정부의 회담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면서도 "경계 획정 등의 현안 이슈에만 국한된 회담에 반응하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도 잘못을 시인한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 보다 포괄적이고 개괄적인 차원의 협상을 다시 제시해 참여할 명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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