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34기 영숙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거침없이 말한다. 불편할 수 있는 농담을 거리낌 없이 던지고, 자신을 배려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더 요구한다.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숙에겐 가식 없는 표현일 수 있다. 상대를 상처 주려는 악의가 아니라, 생각을 숨기지 않는 태도.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자신에겐 솔직한 말이 상대에겐 무례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이해할 때
화장실을 둘러싼 대화에서는 영숙의 거침없는 화법이 유독 두드러졌다.
출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영숙은 "쉬 마려워"라고 말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사용할 법한 표현을 처음 만난 이성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꺼낸 것이다.
이어 남성 출연자들이 영숙을 배려해 남자 숙소 화장실을 사용해도 된다고 하자, 영숙은 "앞으로 (남자들은) 변기에 앉아서 예의 있게 소변을 보라"고 말했다.
영숙에겐 편하게 주고받는 농담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자신을 위해 편의를 제공하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행동을 바꾸라고 했기 때문이다.
미방송 영상에서 영수에게 던진 질문도 비슷하다. 영숙은 같은 다자녀 가정에서 자란 영수에게 "(남매가) 모두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냐"고 물었다. 상당히 사적이고 민감한 질문이다. 그런데 영숙은 자신의 말에 악의가 없다면서 "누군가가 제게 조심스럽게 물어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점 전환'은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서 잠시 벗어나, 상대에게 같은 상황이 어떻게 느껴질지 생각하는 것이다.
영숙의 언행에서는 이런 조율이 충분치 않은 순간들이 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자신의 말에 악의가 없다는 확신이 강할수록, 상대가 그 말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고편에서 영숙은 아무 남자에게나 술을 따르지 않는다며 "어디 여자가 함부로"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성 역할의 관념을 끌어와 자신의 행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자신이 부당하게 취급된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뭐 노리개야?"라고 반발하며 여성을 수동적으로 취급하는 상황을 끌어왔다.
두 장면의 맥락은 다르지만, 영숙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은 흥미롭다. 그의 언행에서 나타나는 비대칭이다. 자신이 여성으로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지만,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떤 대우가 되는지는 세밀하게 살피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숙의 화법은 예의를 몰라서라기보다, 자신의 의도와 경험을 기준으로 행동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일 수 있다.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표현이 상대에겐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 직설이 매력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영숙의 화법은 어떤 반응을 얻으며 유지됐을까. 사람은 주변의 반응을 통해 무엇이 허용되는지 배운다. 직설적으로 말했을 때 사람들이 웃어주고, 거친 농담을 당당함이나 시원시원한 매력으로 받아들인다면 같은 방식으로 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영식도 영숙의 가식 없는 모습에 호감을 보였다. 영숙의 거침없는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매력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만약 영숙이 살아오면서 비슷한 반응을 자주 경험했다면, 화법을 굳이 바꿔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특히 거친 농담은 상대가 불편함을 표현하기 어렵다.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웃어넘긴 반응이 말한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전달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참아준 말조차 자신에겐 통하는 농담으로 기억될 수 있다.
▲ 자신을 솔직한 사람이라고 규정할 때
1988년생인 영숙은 인테리어 자재 회사의 패브릭 팀 팀장이다. 사회생활을 통해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았을 사람이 왜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에는 서툰 걸까.
직업적 능력과 관계에서 요구되는 능력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일 테다.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과 상대의 감정을 고려해 표현을 조절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그의 언행이 실제 인간관계에서도 반복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숙의 모습은 솔직함과 무례함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악의가 없다는 사실은 자신의 의도를 설명할 수 있지만, 그 말이 상대에게 미친 영향까지 덮어주진 못한다.
영숙의 악의 없는 무례함은 배려를 배우지 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자신을 솔직하고 가식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 남성을 하대하지만, 연애하면 맞춰준다
영숙은 사전 인터뷰에서 "남성을 조금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조차 쉽게 대할 수 없는, 어른스러운 남자를 원한다고 했다. 평소 남성을 낮춰 대하면서도 정작 연애에서는 자신이 인정하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를 바라는 모습이다.
영호와의 데이트에서는 "보기보다 상대에게 맞춰주는 편이다"라고도 말했다. 평소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과 달리, 연애에서는 자신의 방식을 양보할 수 있다는 자기인식이다.
이 발언들을 연결하면 영숙에겐 상반된 두 욕구가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 남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려는 마음과, 자신이 인정할 만큼 성숙한 남성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거친 말투가 곧 거친 마음을 뜻하진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거침없음이, 정작 바라던 사람과의 거리를 더 벌리고 있진 않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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