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밑으로 숨어드는 북핵…보이지 않는 미사일이 온다

지난 14일 동해. 수면 아래 숨어 있던 북한의 3000t급 김군옥영웅함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 두 종류가 잇달아 솟구쳤다. 하나는 함체 위 수직발사관에서, 다른 하나는 뱃머리 어뢰관에서 나왔다. 크기도, 쏘는 방법도 다른 미사일 두 종류를 잠수함 한 척에서 함께 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한·미 입장에서는 북한이 무엇을 쏠지 몰라 혼란이 온다는 해석이다.

잠수함에서 미사일이 날아올 때 그게 장거리형인지, 단거리형인지, 핵탄두인지, 일반 탄두인지 바로 알 수 없으면 대응 방법에 혼란이 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 발사를 실시간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바닷속에서 날아오는 북한의 핵미사일은 이제 미리 알기도, 막기도 어려운 위협이 됐다.
 
사진AI 제작
[사진=AI 제작]
 
왜 잠수함이 중요한가: 보이지 않는 바다의 암살자
바다 위의 군함은 위성과 레이더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닷물은 전파를 거의 통과시키지 않기에 물속으로 숨어든 잠수함은 찾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소리를 듣는 음파탐지기(소나)가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지만, 수온과 염분, 해저 지형에 따라 탐지 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탐지가 쉽지 않다. 군사 전문가들이 잠수함을 ‘바다의 암살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2010년 3월 26일 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 작전을 수행 중이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두 동강 나 침몰했다. 북한의 소형 잠수함이 몰래 다가와 어뢰를 쏜 것이다. 1200t급 초계함이 바닷속에서 다가오는 위협을 끝내 알아채지 못했다. 바다 밑에 숨은 적은 그만큼 찾기 어렵고 치명적이다.
 
잠수함은 바닷길을 쥐는 무기이기도 하다. 잠수한 몇 척만 적국 항구 앞 바다나 주요 항로에 숨어 있어도 수송선과 유조선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는 위협만으로도 상대를 묶어 둘 수 있다. 수출입 화물은 대부분 바닷길로 실어 나르기 때문에 상대의 경제 길목을 차단할 수 있다.
 
사진AI 제작
[사진=AI 제작]

정보 수집에도 특출나다. 적 군함과 잠수함의 프로펠러 소리를 소나로 잡아내고, 적 함대가 항구를 나서는 순간을 포착해 아군에 알린다. 함정 출입과 훈련 동향, 미사일 시험을 지켜보고, 잠망경과 안테나를 수면 위로 살짝 내밀어 통신을 엿듣기도 한다. 바닷속의 눈과 귀다. 특수 부대원을 싣고 적 해안에 몰래 내려놓거나, 어뢰 발사관으로 기뢰를 깔아 적 항구를 봉쇄할 수도 있다. 공격과 감시, 침투와 봉쇄를 한 척이 모두 해내는 '만능 무기'인 셈이다.
 
패권국들도 바닷속 전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 해군 정보국장은 지난 3월 중국의 잠수함 생산이 "극적으로 늘었다"며 2035년에는 중국 잠수함이 약 80척, 그 절반이 핵 추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7월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가 핵추진잠수함(핵잠) 14척 건조에 766억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핵잠 14척 비용이 한국 국방비의 약 1.6배를 웃돈다.

러시아 역시 전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모이세예프 러시아 해군 총사령관은 지난 3월 "앞으로 10년 안에 기존 공격용 핵잠을 모두 퇴역시키고 신형 야센급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야센급은 순항미사일을 최대 32발 싣는 1만3800t급 핵잠으로, 러시아는 현재 6척인 야센급을 10~12척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왜 핵추진잠수함이 중요한가: 숨 쉬러 올라올 필요 없는 잠수함
잠수함 추진 방식은 크게 디젤 잠수함과 핵잠으로 분류된다. 같은 잠수함이라도 디젤과 핵 추진은 차원이 다르다. 디젤 잠수함은 연료가 바닥나면 수면 가까이 올라와야 한다. 공기를 빨아들이고 연료를 주입하며 배터리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적에게 들킬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위성과 레이더로 금방 포착된다. 회피 기동을 시도하거나 빠르게 이동하는 순간 연료 소진 속도도 급속도로 높아진다. 작전 시간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반면, 핵잠은 원자로 덕분에 몇 달씩 물속에 머물며 먼바다까지 연료 걱정 없이 움직일 수 있다. 핵잠은 승조원의 생물학적인 한계를 제외하면 작전 기간 무한에 가까운 잠항 거리를 가질 수 있고, 잠항해서 최대속력으로 항해하더라도 에너지 공급에 문제가 없어서 유용하다.
 
사진AI 제작
[사진=AI 제작]

이정익 KAIST 원자력 및 양자 공학과 교수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기고문에서 “핵잠은 저농축 우라늄으로도 건조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 우라늄을 사용하는 핵잠이 이미 있다. 프랑스 차세대 핵잠인 바라쿠다는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핵연료의 농축도와 동일한 핵잠 핵연료 농축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더라도 핵연료 재장전 주기는 수년 단위다”고 밝혔다. 이처럼 디젤 잠수함과 핵잠은 숨을 참았다 수시로 물 위로 올라와야 하는 잠수부와, 용량 걱정 없는 산소통을 메고 물속을 누비는 잠수부처럼 차이가 난다.
 
문제는 북한이 핵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아직 핵잠이 없지만 디젤 잠수함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등 다양한 투발 수단을 잇달아 시험하며 바닷속 핵미사일 공격 능력을 다져 왔다. SLBM은 로켓으로 높이 솟구쳤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빠르게 떨어지는 미사일로, 멀리 있는 적국의 도시와 핵심 시설을 노린다. SLCM은 비행기처럼 바다 위를 낮게 날아 레이더를 피한 뒤 군사기지나 항구를 정밀하게 때린다. 두 미사일 모두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4일 쏜 순항미사일에도 전술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디젤 잠수함으로 다양한 투발 수단을 실험한 북한은 핵잠을 건조중이다. 서울평양뉴스는 지난달 위성영상 분석업체 SI애널리틱스 보고서를 인용해, 핵잠이 신포 조선소에서 여전히 건조 중이라고 보도했다. 상반기에는 자재 반입이 거의 없어 선체가 마무리 단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원자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진수한 뒤에도 장비 설치와 시험 운항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핵잠은 8700t급이다. 이번에 순항미사일을 쏜 3000t급 김군옥영웅함의 세 배 가까운 덩치다. 북한은 이 잠수함을 '전략유도탄잠수함'이라고 불렀다. 함교에는 SLBM 발사관 10개를 단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AI 제작
[사진=AI 제작]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함교에 SLBM을 10기나 장착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대형 SLBM을 싣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는 "기형적" 구조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북한 핵잠의 크기와 제원이 러시아 아쿨라급 핵잠과 가장 비슷하다며, 러시아가 원자로 기술이나 핵심 부품을 넘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이 핵잠을 완성해 실전에 배치하면 동해의 바다 판도는 크게 달라진다. 미 본토를 노리는 SLBM을 실은 채 태평양 깊숙이 숨어 버리면 한미가 이를 찾아내 추적하기는 훨씬 어려워진다. 지금까지 한국이 쥐고 있던 바닷속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갈 길 먼 한국의 핵잠: 협상과 기술, 두 개의 벽 앞에 선 한국 핵추진잠수함
핵잠 진수를 코앞에 두고 있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이제야 핵잠 사업을 준비하고 미국과 협상하는 단계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서 미국은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했다. 다만 연료를 어떻게 구할지는 추후 합의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5월 해군이 임시 조직인 ‘핵잠 추진단’을 꾸렸고, 9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 연료, 농축 및 재처리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진전은 발표되지 않았다. 한미 원자력 협정상 미국에서 받은 핵물질은 평화적 목적에만 쓸 수 있어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
사진AI 제작
[사진=AI 제작]

협상이 끝나도 기술 장벽이 남는다. 핵잠 원자로는 원자력 기술 가운데서도 가장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이정익 교수는 “기술 난이도만 놓고 보면 핵무기가 가장 쉽고, 상업용 원전이 그다음이며, 핵잠 원자로가 가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전은 넓은 땅 위에서 대부분 일정한 출력으로 돌아가지만, 핵잠 원자로는 좁은 선체 안에서 승조원의 방사선 피폭을 막으면서 급격한 출력 변화를 견뎌야 한다. 교전 중 충격과 거친 바다 환경에서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저속으로 움직일 때도 디젤 잠수함보다 돌아가는 기계가 많아 소음을 줄이는 기술도 관건이다.
 
바닷속 경쟁은 이미 멈출 수 없다. 북한은 한국의 핵잠 추진을 자신의 핵잠 개발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고, 한국은 북한의 핵잠을 이유로 미국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의 차이다. 북한은 이르면 내년 핵잠을 바다에 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한국의 첫 번째 핵잠 진수 목표는 2030년대 중반이다. 그사이 북한은 지난 14일 동해 물밑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핵잠 건조에 열을 올리고 있어 수중 핵 위협이 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님을 보여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위협에 맞설 시간은 많지 않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