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586억원 규모의 원전산업 성장펀드에서 결성 10개월 만에 330억원이 도내 기업 5곳에 투자됐다. 전체 펀드의 56.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기업들은 기존 원전·플랜트 기술을 활용해 SMR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27일 창원시 성산구 범한메카텍에서 박완수 도지사와 투자기업, 펀드 운용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산업 성장펀드 투자, SMR 기업 현장간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투자 성과를 공유하고 지역 중소기업의 수주 확대와 제조설비 투자 지원 등 현장 애로사항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결성된 원전산업 성장펀드는 금융위원회 175억원, 한국수력원자력 150억원, 산업은행 25억원, 기후기술펀드 200억원, 경남도 30억원, 운용사 6억원으로 구성됐다. 기업 발굴과 투자 운용은 VL인베스트먼트가 맡는다.
경남도는 출자 약정액 30억원의 3배 이상을 도내 원전기업에 투자하도록 조건을 설정했다. 현재까지 투자된 330억원은 도 출자 약정액의 11배에 해당하지만, 여러 출자기관이 참여한 전체 펀드에서 투자된 금액이다.
전화취재 결과, 경남도가 약정한 30억원 가운데 실제 납입한 금액은 현재 10억원으로 확인됐다. 출자기관들은 기업별 투자 결정과 자금 지급 일정에 맞춰 약정 비율만큼 자금을 순차적으로 납입하는 방식이다.
기업별 투자금은 범한메카텍과 고려정밀공업이 각각 100억원, 알이에스와 상림엠에스피가 각각 50억원, 갓테크가 30억원이다. 범한메카텍과 고려정밀공업에 투자된 200억원은 전체 투자액의 60.6%를 차지한다. 소규모 기업을 위한 별도 투자 몫은 설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범한메카텍은 압력용기와 열교환기 제작 기술을 활용해 SMR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갓테크는 금속분말 소재와 3D프린팅 정밀부품 제조 기술을 개발하며, SMR 부품의 적층제조 방안을 두산 측과 협의 중이다.
알이에스는 정밀주조 핵심부품, 상림엠에스피는 로봇용접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고려정밀공업은 두산을 수요기업으로 하는 전자빔용접 기술개발을 진행하며 SMR과 가스터빈 분야 적용을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투자기업 가운데는 기존 원전 분야에서 활동하던 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 분야에서 원전사업으로 진출하는 기업도 포함돼 있다.
경남도는 조선·방산·우주항공 등 지역 주력산업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기업 간 협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제 콘퍼런스 등을 활용해 투자기업과 수요기업의 사업 협력 기회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원전산업 성장펀드의 투자 기간은 2030년까지로, 전체 586억원 가운데 현재 투자액을 제외한 금액은 256억원이다. 투자금 회수는 2031년부터 2035년까지 진행된다.
VL인베스트먼트는 2027년 3월 결성을 목표로 10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투자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 가능성도 있지만, 경남도의 2차 펀드 출자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간담회에서는 지역 중소기업의 수주 확대와 제조설비 투자 지원 문제가 제기됐다. 참석 기업들은 도내 대기업의 수주 물량을 지역 중소기업에 더 많이 발주하고, SMR 부품 제조기업뿐 아니라 관련 제조장비 기업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비투자 지원 기준에 대한 개선 요구도 나왔다. 기업들이 기술개발이나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중고 제조장비를 구입하더라도 현행 산업통상자원부 지침상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에 제한을 받는다는 것. 경남도는 관련 제도의 개선을 산업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으며, 현장에서 제기된 의견을 정리해 추가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중고 제조장비 구입과 관련한 보조금 지원 제한 문제가 현장에서 제기됐으며, 경남도에서도 산업부에 관련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박 지사는 기업들의 건의사항을 경남도가 직접 해결할 사안과 중앙정부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구분해 정리하도록 주문했다.
박 지사는 "도의 역할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고, 실제 기술개발과 산업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기업"이라며 "현장에서 제기된 건의사항 중 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개선하고, 중앙정부 소관 사항은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SMR 혁신제조 기술개발과 제작·시험검사 시설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SMR 글로벌 육성전략 2.0'에 따라 2035년까지 SMR 제조부품 독자 수출기업 100개사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박 지사는 간담회 이후 범한메카텍 제조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과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도는 현장에서 제기된 건의사항을 지원정책에 반영하고 투자기업의 기술개발과 판로 개척을 위한 후속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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