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4일 철원 민통선 이북으로 무단 진입한 30대 여성은 이튿날 GOP 철책에 접근해 경계용 광망을 절단했다. 군은 이 여성을 처음 발견하고도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후 경계시설 훼손까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침입자를 탐지하는 것만으로 경계작전이 완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감시장비로 이상 징후를 포착하더라도 현장 병력이 접근을 차단하고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설 훼손 등 후속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은 민통선 운용과 대북 경계작전 등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민통선은 우리 국민을 경계하거나 감시의 대상으로 삼는 선이 아니라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과 군사 보안 유지 그리고 무엇보다 미확인 지뢰 등 위험요소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민들과 협조를 전제로 운용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접경지역 규제 완화를 위해 민통선을 평균 2㎞ 북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과학화 경계체계로 전환하면서 현재 약 2만2000명인 GOP 경계병력을 2040년까지 6000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줄이는 구상도 제시했다. 주민 불편 해소와 병력 운용 효율화가 목적이지만, 두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작전 대응시간과 현장 대응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무장지대(DMZ)부터 민통선에 이르는 공간이 군의 작전 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익 등을 이유로 민통선을 북상하는 것은 그만큼 작전에 활용할 시간을 포기하는 의미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설치한 방벽을 믿고 우리 방어선의 종심을 줄이는 것은 군사적 실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통선 조정 이후 출입을 어떻게 관리·통제할지, 경찰과 어떤 협조체계를 구축할지 등 대안이 필요하지만, 현재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GOP 병력 감축 역시 감시장비의 성능뿐 아니라 탐지 이후 대응 역량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인력과 장비를 운용하는 상황에서도 발생한 대응 실패는 향후 감축 계획의 보완 과제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병력자원 감소에 따른 GOP 인력 축소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만큼, 이를 통해 병력 부족과 경계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 사무총장은 "민통선이 북상하면 민간인이 GOP 일대에 접근하기가 더 쉬워지는 만큼 이를 보완할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보완책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민통선 북상부터 결정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우려했다.
결국 정책 추진의 관건은 통제구역을 축소하고 병력을 줄이더라도 기존 수준 이상의 대응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민간인 한 명의 무단 진입이 경계시설 훼손으로 이어진 만큼, 정책 추진에 앞서 선결 과제가 우선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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