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성격이 다르다.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 허구적 설정을 더했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은 충분히 가능하다. 창작의 자유가 사실관계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실존 인물과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역사적 기록을 존중하고 관객이 사실과 허구를 구분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반면 '닥터X'에 등장한 5·18 당시 계엄군의 발포와 헬기 사격은 국가 차원의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된 역사적 사실이다. 특히 헬기 사격은 2018년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원작에 없던 역사적 사건을 추가한 것이 작품의 흐름에 적절한지,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충분히 헤아렸는지는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방영 중단까지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정치권의 대응도 신중해야 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암살자(들)' 제작진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 109명은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영화제는 독립적인 선정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문제 제기와 별개로 정치권이 개별 작품의 제작 과정이나 상영 여부에 관여하는 데는 절제가 필요하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아픈 역사와 갈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다뤄 왔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는 데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창작의 폭이 좁아질 우려가 있다. 역사적 사실을 존중하는 일과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은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 사실관계는 엄정하게 검증하되 해석과 표현의 영역은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관객과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고, 정치권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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